[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공영방송 KBS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KBS가 제작해 방영한 역사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가 교묘하게 대한민국에 적대적이고 북한에 친화적인 시각과 논조를 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그것도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으로 꾸민 프로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KBS 내부에서는 이인호 이사장이 지난 11일 임시이사회에서 “‘뿌리깊은 미래’ 다큐를 본 사람들로부터 편향적이라는 항의를 여러 통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KBS 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균형잡힌 역사의식을 갖춘 교수 출신 역사학자다. 주러시아 대사도 역임했다.
이인호 이사장을 자극한 듯한 표현을 꼽아 보면 “일본을 항복시킨 미군이 이 땅에 들어왔다. 미국이 들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어갔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미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광복 후 홀로서기를 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외침은 전쟁으로 되돌아왔다”, “38선 이남에서 선거가 있었다. 최초의 총선거, 모든 것이 서툴렀다. 유권자가 서툴면 투표는 불공정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서울이 수복되고 피란민이 돌아오자 남아있던 사람들이 부역자로 몰려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체포되고, 사형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내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집은 1948년 대한민국이 탄생한 내용은 아예 빼버렸다. 애국가가 나오는 장면도 현재의 애국가 아닌 올드 랭 싸인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애국가를 삽입했고 교육제도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학교의 명칭은 ‘조선대학’ 간판을 부각시켰다. 프로그램 내내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끈 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다.
자유경제원은 이 이사장이 ‘광복 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의 좌편향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 바로 그날 조대현 KBS 사장 앞으로 “문제의 다큐는 ‘6·25전쟁은 해방전쟁’이라는 80년대 운동권의 ‘좌익 민중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전체적으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세우면서도 이 전쟁이 ‘북한에 의한 남침’이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거의 동시에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무궁화사랑운동본부, 자유민주수호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건국이념보급회 등 보수단체들도 16일 KBS 본관 앞에서 “KBS는 좌익선동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좌익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 KBS는 국민의 품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과 성공을 자랑하지 않는 공영방송은 반(反) 대한민국 선동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광복 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는 단 2회 만에 막을 내리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이인호 이사장에 의해 이념적 편향성이 제기되자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은 “이인호 이사장 발언은 제작진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특집을 꾸민 제작진도 이념편향이라는 비판과 프로그램 조기종영에 반발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프로, 그것도 ‘광복 70년’을 기념해 작심하고 제작한 대작(大作)이 내부의 문제 제기에 따라 계획한 분량도 채우지 못한채 탈락한 것은 제작진은 물론 KBS 전체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광복 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는 KBS공영노조(위원장 황우섭)에 의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공영노조는 “이 프로그램은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70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워진지 67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그램 치고는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내용 일변도”라고 꼬집었다.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 북한은 이미 실패한 체제다. 지구촌 경쟁에서 탈락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다. 왜 이게 부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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