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한국과 일본이 최대 난제(難題)인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했지만 국내 여론은 찬반으로 갈린다. 위안부 할머니들 사이에서조차 “그만하면 됐다”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로 맞선다. 야당은 당장 “굴욕외교”라고 비난하며 정치공세를 시작했다. 그러면 합의내용을 살펴보자.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한일 양국 정부의 ‘최종 담판’에서 일본 측 대표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아베 총리대신 자격으로 우리 측에 밝힌 사죄의 발언이다. ‘당시 군의 관여 하에’라는 표현으로 책임을 군에 떠넘긴 듯 하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했다.
기시다 외상은 또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사죄’와 반성’은 곧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일방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내용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타결에 즈음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피해자분들이 금년에 아홉 분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신적 고통이 감(減)해지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올해는 광복 70년, 한·일국교정상화 50년 되는 해다. 두 나라 관계는 아베 총리 등장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위안부 동원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지만 아베가 들어서면서 일본 극우 세력들은 ‘고노 담화’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기시다 외상의 입을 빌렸지만 아베 총리는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설립할 ‘피해자 지원 재단’에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을 출연키로 했다. 10억엔이라는 기금의 규모를 떠나 그 기금이 “사죄와 반성의 마음”에서 출발했다면 돈의 많고 적음은 큰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 사이의 찬반 의견은 그렇다 치자. 한·일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일본정부의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국한됐고, 법적 책임은 실질적으로 회피했다”는 반발은 현실을 도외시한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광복과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계속된 문제다. 거기에는 더민주당의 몸통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포함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해결하지 못한 위안부 문제를 박근혜 정부가 타결지었다면 일단 평가하는 게 도리다.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해결하지 못한 위안부 문제를 현 정부가 해결하자 비난부터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한·일 두 나라 관계에는 위안부 문제를 뛰어 넘는 과제가 많다. 정상적인 한·일 관계는 한·미 동맹의 필수 요소다. 한·일 관계가 뒤틀어 지면 한·미 동맹에도 금이 가고 대북 억제전략에도 어려움이 닥친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타결을 적극 뒷받침하는 게 정치권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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