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와 유물
  • 김희동기자
등대지기와 유물
  • 김희동기자
  • 승인 2024.0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봉임



칠흑의 세상을 비추던 스탠드

아직도 낮은 촉수 깜박거리며

불빛을 쏘아댄다



나이가 서른이 훨씬 넘었으니

등대지기인 나와 늙어가는 처지

약간의 잔병이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날궂이 하듯

번쩍 번개가 치더니

검은 흑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응급실 수술대에 올라

플러스마이너스 전기충격을 가해봐도

쉽지가 않다



경비실 맥가이버 아저씨의

탁탁 충격 요법이 먹혀들었는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면서 노장의 왈

“고물상 가야 할 물건을 여태 쓰세요

전자회사 다 굶어 죽습니다”

너스레를 떨었다



지나온 뱃길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간직한 불빛의 사연

아들딸 공부 항로를 밝혔던 등대는

이제 아무래도

늙은 등대지기와 함께

박물관으로 가야 할까 보다

 

 

 

 

 

 

 

김봉임 시인.
김봉임 시인.

 

2016년 《문예운동》 신인상 詩, 울산전국시조공모전 차상(2021년)

제1회 울산아동문학신인상 동시, 제3회 한탄강문학상 동상 (2023년)

첫 시집 『생각나면 또 올게』,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조시인협회,

울산아동문학회, 문수필담 회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재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병희 부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편집인 : 정상호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