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임
칠흑의 세상을 비추던 스탠드
아직도 낮은 촉수 깜박거리며
불빛을 쏘아댄다
나이가 서른이 훨씬 넘었으니
등대지기인 나와 늙어가는 처지
약간의 잔병이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날궂이 하듯
번쩍 번개가 치더니
검은 흑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응급실 수술대에 올라
플러스마이너스 전기충격을 가해봐도
쉽지가 않다
경비실 맥가이버 아저씨의
탁탁 충격 요법이 먹혀들었는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면서 노장의 왈
“고물상 가야 할 물건을 여태 쓰세요
전자회사 다 굶어 죽습니다”
너스레를 떨었다
지나온 뱃길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간직한 불빛의 사연
아들딸 공부 항로를 밝혔던 등대는
이제 아무래도
늙은 등대지기와 함께
박물관으로 가야 할까 보다
2016년 《문예운동》 신인상 詩, 울산전국시조공모전 차상(2021년)
제1회 울산아동문학신인상 동시, 제3회 한탄강문학상 동상 (2023년)
첫 시집 『생각나면 또 올게』,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조시인협회,
울산아동문학회, 문수필담 회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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