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堂 아래 분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한나라당
2011-04-28 경북도민일보
(dailian.com)
4·27 재보선 결과를 보면 내년 국회의원총선, 나아가 대통령선거가 보인다. 그 상징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여당 전통 텃밭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다. 정부 여당의 실정이나 국정 난맥에는 전통 지지층이 언제라도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분당은 학력과 소득이 높고 전문직이 많은 대표적 중산층 도시다. 공기업과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 속하지만 아파트 가격 하락과 전·월세 대란, 물가와 유가 폭등 등 삶의 무게는 버거웠다. 거기다 선거 막판 터진 부산저축은행과 은행감독당국의 모럴 해저드, 건보료 인상 숨기기 등은 유권자들의 부아를 터지게 했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내건 “이명박 정권 심판”이 먹혔다.
중산층과 전문직 인테리들의 표심에서는 `분노’까지 읽힌다. 높은 투표율에서 읽을 수 있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분당을 투표율은 49.1%다. 3년 전 지난 18대 총선 때 기록한 45.2%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재보선 투표율이 직전 총선 기록을 웃돈 것은 2009년 10·28 재보선 때 양산 선거구(43.9%)가 유일했다. 수도권에서 총선보다 높은 투표율은 민심이 “표로 심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분당 우파’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당은 `강남 좌파’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견제심리를 자극했다. 결과는 민주당 승리다. 한나라당의 `분당 우파’는 `경제’ 앞에서 소용없었다. 한나라당이 `분당 우파’를 기대했지만 우파적 속성이 있고 보수적 성향이 짙어도 정부여당 실정 앞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분당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자해’도 패배에 일조했다.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 장관은 정운찬 전 총리를,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은 강재섭 전 대표를 밀었다. 임 실장은 부인까지 공개적으로 나서 강 전 대표를 밀었다. 강 전 대표는 5공 인물이다. 시대에 맞지도 않고 분당이라는 지역에 어울리지도 않는 인물이다. 차기 한나라당 대표를 둘러싼 여권내 파워게임이 공천을 망친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강원도지사선거는 다 된 죽에 코를 빠트린 격이다. 여론조사 내내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앞섰다. 그것도 10~15%p차이로 우세였다.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반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지만 선거 막판에 터진 `엄기영 불법 전화부대’는 판세를 뒤집었다. 민주당 최 후보도 `1% 초박빙 허위 문자 발송’으로 타락선거에 일조했지만 `강릉 콜센터’는 엄 후보에게 치명적이었다. 애초 MBC사장 시절 `광우병 날조선동’ 방송으로 책임이 있는 엄 후보를 공천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그나마 김해을의 김태호 후보가 한나라당의 체면을 아주 쬐끔 살렸다. `죽은 노무현’을 되살려 큰 꿈을 이루려는 유시민과, 친노의 대표로 나선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김태호 후보가 보기좋게 따돌린 것이다. 그것도 노무현 고향에서. 김태호의 승리로 노무현의 영혼을 불러내어 정치판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세력들은 뒷전으로 물러났으면 좋겠다.
김해을에서 한나라당이 이겼다지만 이긴 게 아니다. 김 후보는 안상수 대표 등 당지도부가 김해를 방문하고 지원하는 것을 펄쩍뛰며 사양했다. 안상수 대표가 내려와봐야 “선거에 도움이 안된다”고 본 것이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 개인의 승리다. 한나라당에게는 부끄러운 결과다. 한나라당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를 선언했다. 참 오래 버텼다. 애초 안상수 대표는 대표가 되어서는 안될 정치인이었다. 병역기피의혹과 `보온병 안상수`로 불리는 치욕의 정치인이 재보선을 책임지고 치른 것부터가 패배로 달려간 행위였다.
이제 한나라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누가 대표를 맡을 것인가? 그림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