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여진과 개그맨 김제동의 오지랖

2011-06-22     경북도민일보
-신문사, 방송사 카메라 집결한 현장에 들이대는 연예인들
(allinkorea.net)
 
 
 
 이번에는 `제주해군기지’다. 반값 등록금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다, 시시콜콜 얼굴을 디밀지 않는 데가 없는 연예인 김제동이 제주도 강정마을에 건설중인 해군기지 현장에 나타나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짓는 것은 적들이 파괴하기 전에 아군이 선제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뉴스다. 가당치도 않다. 그는 마을회장에게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계속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김제동 씨가 제주도까지 날아가 재를 뿌린 해군기지는 김 씨가 그토록 사모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작품이다. 이 사업은 2002년에 처음 소개됐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후 본격화돼 이미 1000억 원 이상의 국비가 투입됐다. 2014년이 완공 목표다. `노사모’하면 가장 먼저 뛰쳐나가는 김 씨가 노무현의 `해양대군’을 상징하는 사업을 “아군이 선제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기억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판만 벌어지면 족보와 관계없이 아무데나 끼고 보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김 씨 같은 연예인들의 오지랖 넓은 현실참여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광우병 난동을 계기로 노골적, 일상화되는 현실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4대강사업 반대, 대북 무조건 지원, 홍대 청소부 노동자, 전두환 정권과 5·18, 반값 등록금, 한진중공업 사태 등 굵직한 시사 이슈에 이런 저런 연예인들의 얼굴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중 영화배우라는 김여진 씨의 활약은 거의 독보적이다.
 김여진 씨가 방산업체인 한진중공업에 뛰쳐 들어가 불법시위에 가세한 데 대해 보수언론이 비판을 가하자 좌파언론은 그를 감싸고 나왔다. 그러면서 `미국 여배우 제인폰다는 되고 김여진은 안 된다?’라는 칼럼으로 추켜세웠다. 미국 연예인들은 사회참여를 하는데, 왜 한국의 김여진, 김미화 같은 연예인들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것이다.
 좌파언론이 칭송한 미국 연예인들의 현실참여는 우리나라의 `불나방’같은 연예인들과 다르다. 여배우 리즈 테일러는 절친한 친구인 록허드슨이 에이즈로 사망하자 에이즈 퇴치 운동에 뛰어들었고, 오드리 햅번은 유니세프 인권 대사로 죽을 때까지 아동인권에 헌신했다. 리처드 기어는 티벳 불교에 심취해 티벳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말론 브란도는 아메리카 인디언 인권 보호 운동을 전개했다. 툭하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앞에 피켓 들고 나타나고, 반값등록금 현장에 치킨과 햄버거 싸들고 나타나 얼굴을 파는 연예인과는 질이 다르다.
 빈민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반값등록금을 비판하며 “지역 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오고 가방도 기워서 쓴다. 이런 아이들이 무슨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느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연간 3조~4조 원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아이들,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은 연간 1조 원이 안 된다”며 분개했다. 만약 김여진이나 김제동이 방송사·신문사 카메라가 집결한 반값 집회가 아니라 지역 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면, 지금처럼 이슈가 될 수 있을까. 이건 완전 `떴다방’ 수준이다.
 MBC 앵커 출신 신경민 씨는 `오바마가 맥케인 지지한 연예인에게 해코지 했나요? 맥케인이 당선됐다면 오바마 지지자인 오프라 윈프리를 자를까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선동적이다. 그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코메디안 심현섭 씨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TV근처에도 나타나지 못했고, 영화배우 이덕화 씨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반면 광우병 난동에 가세한 수많은 연예인 가운데 누가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봤는지 알고하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라디오에서 “이명박 XXX”라고 쌍욕을 퍼부은 김 모라는 개그맨이 공중파에 그 큰 얼굴을 거의 매일 내미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일까? 만약 그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XXX”라고 했다면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김여진과 김제동이 이 순간에도 굶어 죽어가고, 수용소에서 학살당하는 북한 동포를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면 어떨까? 아마 그들은 절대 이런 자리를 만들지도 않고 자리가 만들어져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연예인이라고 입을 닫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설 곳과 입을 벌일 때를 가려서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