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不移’

2012-03-15     경북도민일보
 `오직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옮기지 않는다(唯上知與下愚不移)’. 자신의 지혜를 믿는 사람은 생각이나 몸을 쉽게 이리저리 옮기지 않지만 진짜 어리석은 자도 고집이 세다는 말이다. 논어 양화(陽貨)편에 나오는 이 말을 새삼 떠올리는 건 요즘 정치판에서 이목을 끄는 부산 출신의 4선의원 김무성의 우직한 붙박이행보 때문이다. 새누리 공천탈락자들의 탈당 행렬을 진정시킨 그 결단 말이다.
 새누리당이 4·11총선 공천후보를 고르면서 `컷오프룰’을 적용해 당 중진인 김 의원을 배제했다. 한-EU FTA비준안 처리 등 의정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남기기도 한 그로서는 어이없고 억울한 일이었을 게다.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할까’ `낙천자들과 함께 신당 만들어 선진당·국민생각과 합쳐버릴까’ `백의종군할까’ 며칠을 두고 갈등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과 동지를 떠나면서까지 국회의원 한번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는 결론을 스스로 얻었다. `불이(不移)’를 결심한 거다.
 정치인들 사이에 김무성의 별명은 곰이다. 커다란 키와 덩치, 걸걸한 목소리 등이 풍기는 인상 때문에 붙여진 닉네임이지만 그의 평소 정치 스타일도 곰처럼 선이 굵다. 그를 신사라고도 한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0년, 국회출입기자단이 투표로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박근혜 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받기도 한 그다. 그 상의 뜻을 저버리지 않아야 했던 걸까. 탈당 않고 백의종군키로 결심한 그의 묵직한 처신은 지금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옮기지 않는다’는 명제의 역(逆)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과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옮긴다’로 될 것이다. 수년 전 한나라당 `친박’에서 이명박 정권 등장 후 `친이’로 별다른 고민 없이 옮겨간 사람이 전여옥 국민생각 소속의원이다. 이번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하여 새로 생긴 당으로 새처럼 포르르 이동한 그는 김 의원의 백이종군을 `정도가 아니다’고 했다. 그의 `정도’는 올바른 길(正道)일까, 하바리 정치인들의 정해진 길(定道)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한국정치판의 길(政道)인가. 혹시 정벌에 나선 길(征途)로 자부하고 있는 걸까. 옮기지 않은 김무성이 어리석은지, 잘 옮겨 다니는 전여옥이 지혜로운 건지, 김무성의 선택은 과연 정도가 아닌지, 두고 볼 일이 참 많은 한국의 요즘 정치판이다.  정재모/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