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일기

2012-04-02     경북도민일보
 
 75살에 세상을 떠난 장 쥬네는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유별난 세 사람 가운데 하나다. 죽기 3년 전인 1983년에 그랑프리 나시오날 데레트르(국가문학대상)까지 받았지만 그의 삶은 굴곡 투성이였다. 출생부터가 그랬고, 평생 감옥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했다. 떠돌이인생이었던 그는 시쳇말로 `무소유’의 전형이기도 했다. 유랑길에 배가 고파지면 시골 성황당 돈궤짝에 끈끈이를 바른 나뭇가지를 집어넣어 동전 몇 개만 꺼냈다. 한끼 빵값이면 충분했다. 더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얼마전 금은방 주인이 보는 앞에서 망치를 휘둘러 진열장을 깨고 귀금속을 털어간 강도가 있었다. 이는 특별한 경우다. 대부분 도둑의 공통된 행위는 남모르게 일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때문에 `도둑(도적)’을 앞세운 말들이 수두룩하다. 도둑고양이, 도둑글, 도둑빨래, 도둑잠…. 결혼도 남모르게 하면 `도둑합례’고, 발소리를 죽여 걸으면 `도둑걸음’이다.
 얼마전 대구·포항 일대를 돌며 교회금고를 털어온 2인조 절도단이 불잡힌 일이 있다. 그런가하면 4대강사업 낙동강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빼돌린 공사관계자들도 덜미를 잡혔다.  한끼 빵값 이상은 절대로 손대지 않았던 장 쥬네가 알았더라면 그의 `도둑일기’에 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둑의 피해자는 특정 사건에 관련된 소수에 그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는 사례는 `혈세 도둑’이다. 피해액수가 많지않다고 해서 대수롭지않은 일로 넘길 수 없는 것은 피해품이 혈세이기 때문이다. 어제 신문에 보도된 `고령 농촌체험마을 조성’과 관련된 의혹이 그런 사례다. 숙박시설에  주방기구, 상수도가 없는데도 준공허가를 받았다. 주변 생태계와 경관 조성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데도 “현장을 확인해봐서 부실이 밝혀지면 행정조치하겠다”는 게 고령군 관계자의 말이라고 한다. 들출수록 구린내가 진동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용언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