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감투 나눠먹기

2012-06-11     김용언

 그게 `사상계’에 실렸던 글이었던가? 빡빡머리 학생 때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삼칠빠이’니 `사륙빠이’니 `고부고부’니 하는 말들을 잡지에 실린 소설에서   읽은 생각은 난다. 격조 높은 잡지에서 발견한 뜻밖의 일본어식 표현들이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고 나눔이란 것이 소득분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떠난 `참으로 사람답게’란 글 속에 `빈자의 어머니’마더 테레사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테레사 수녀가 가난한 사람은 우리가 나누지 않기 때문에 있는 것이고 서로 나눔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소개한 글이었다. 테레사 수녀가 방한했을 때 어느 기자의 질문을 받고 들려준 테레사 수녀의 답변 내용을 다시 간추려 옮겨 봤다. 참고할 수 있는 김 추기경의 글은 한 대목뿐이어서  전체 내용은 모르겠다. 그러나 이름 높은 신앙인의 이야기이니 물질뿐만 아니라 `영(靈)의 은혜 나눔’에 대한 언급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속세여서 그런가? 경주시의회가 요즘 감투나눠쓰기 문제로 시끄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소속 어느 비례대표 시의원이 임기 2년을 남겨놓은 채 의원직 사퇴서를 던진 배경이 아리송해서다. 말썽은 시의원직 중도사퇴가 이미 2년 전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의시(疑視)탓에 불거졌다. 이미 2년 전에 사퇴 각서와 공증까지 받아놓았다는 소문이다. 경주 경실련까지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의 올바른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감투를 둘러싼 묵계 이야기는 가끔 터져나오곤 한다. `이번엔 내가, 다음엔 네가’라든가, `날 밀어주면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해주겠다’든가 하는 짬짜미다. 그러나 임기를 반토막 내 절반씩 감투를 나눠 쓴다는 이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비단보자기에 개똥’이라더니 정치라는 게 참 너절하구나 싶은 것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