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짬짜미관광
`짬짜미’와 `짬짬이’. 소리는 똑같이 나지만 뜻까지 같지는 않다. 짬짬이는 `틈틈이’와 같은 뜻이다.짬짜미는 남 모르게 자기들끼리만 하는 약속이다. 한자어로는 밀약(密約) 또는 묵계(默契)다. 남모르게 짝짜꿍이를 하는 속내는 어떨까? 홍명희의 `임꺽정’에서 한 대목을 보면 알 것 같기도 하다. “난정이 오 상궁과 짬짜밋속이 있건만도 침전에 들어갈 때는 오히려 서먹서먹한 모양이더니 얼마 뒤에 침전에서 나올 때는 희색이 만면하였다.”
짬짜미가 효과를 내려면 시치미를 잘 떼야 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며 짐짓 딴전을 부려야 한다. 이른바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다. 어쩌다가 비밀이 새나갔다간 매우 딱한 처지가 되고 만다. 때문에 돌부처 같은 포커 페이스라야만 새끼손가락을 걸 수 있는 믿음이 우러나게 마련이다.
성주군의회 의원들의 짬짜미가 들통나는 바람에 망신살이 뻗치고 말았다.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 8명이 모두 대마도 관광을 다녀온 사실이 꼬리를 밟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정실무 교육을 한답시고 부산에서 시늉만 내고는 대마도로 건너가 관광을 즐기고 돌아왔다. 의원뿐만 아니라 군의회 직원 6명도 함께였다고 한다.
성주군의회의 한 관계자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부산에서 연찬회를 하면 대마도 관광은 관행이다.” 국외여행심의를 거치지 않고 대마도를 다녀온 전례가 많다는 소리다. 성주군의회 의장은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꼬리를 밟히지만 않는다면 대마도로 놀러갈 기회는 많다는 소리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님을 잘 알지만 심기가 꼬이니 그렇게 들리니 탈이다.숫제 아무 소리도 않는 것이 좋을 뻔했다. 굳게 약속을 하면서 하는 말은 “무덤에까지 비밀로 가져가자”다. 그렇다고 이 약속이 지켜지는 걸 보기는 어렵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