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 한국판 리보사태 되나

금융업계 “한 금융사 시인”…은행권은 전면 부인

2012-07-19     연합뉴스

리보와 기능·금리 결정방식 닮아 동일 양상 우려

공정위 조사결과 귀추 주목

 

 한국판 리보(Liborㆍ런던은행간 금리) 조작 사태로 번지나?
 한 금융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리보 조작과 같은 파문이 생길지 주목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 금융회사가 공정위에 CD 금리 담합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CD 금리 담합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한국판 리보 사태로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리보 사태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이 2005~2009년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제출한 사실이 들통난 것을 의미한다.
 영국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바클레이즈 은행의 파생상품 담당 트레이더 14명은 BBA에 차입금리를 보고하는 직원에게 메신저 채팅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무려 257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춰서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차입금리를 일부러 낮춰 해당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점을 은폐하려 한것이다.
 리보 조작이 바클레이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일자 미국, 영국, 일본 금융당국은 씨티그룹,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에 대한 공조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리보 조작여부를 특별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의회가 자국 중앙은행에 리보 조작을 묵인 또는 방조 의혹을 조사하고 있어 중앙은행으로까지 여진이 확산했다.
 우리나라 CD 금리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중소기업대출 등 대출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자금 차입 때 기준금리가 되는 리보와 기능이 유사하다.
 금리 결정 방식도 닮았다.
 CD 기준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오전, 오후 한 번씩 10개 증권사로부터 적정 CD 금리를 보고받고서 최고, 최저 금리 2개를 제외한 8개를 평균해 고시한다.
 리보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은행에서 은행 간 차입금리를 보고받아 최고, 최저 금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해 발표한다.
 CD 금리 담합설이 사실로 밝혀지면 한국판 리보 사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보 조작 파문 때 일부 금융사가 조사에 협조하고서 처벌을 경감받은 점 등이 (CD 금리 담합 자진 신고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어 “금리 CD 조작설과 여러 기관의 연루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소액투자자의 집단 소송 등 리보 조작 파문과 비슷한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공정위는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들의 모임인 자금부서장 간담회를 담합의 창구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부서장 간담회는 19개 은행과 은행연합회 자금업무 담당 부서장, 한국은행 국장급 등이 매달 오찬 형식으로 갖는 간담회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인 한은이 참여해 공개된 장소에서 열리는 자금부서장 간담회에서 절대 담합이 이뤄질 수 없다”라며 “공정위 등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라고 항변했다.
 결국, 공정위 조사 결과로 한국판 리보 사태가 발생할지가 결정되는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