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고혈압'
2007-01-11 경북도민일보
부모가 고혈압인 경우 `자녀 혈압체크’필수
`생활습관 개선’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효과적
`어른들의 병’으로만 여겨졌던 고혈압이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소아 및 청소년층에서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은 비만과 잘못된 식생활, 운동 부족 등 부적당한 생활 습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생활습관은 고혈압 뿐만 아니라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여기에는 생활습관과 더불어 유전적 상관성도 있다. 특히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 환자의 경우 60~70%에게서 가족력을 찾아볼 수 있다.
고혈압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신장병, 혈관 이상, 내분비질환 같은 어떤 원인 질병이 있어서 생기는 `이차성 고혈압’이다. 10세 미만의 소아에게서 나타나는 고혈압은 주로 여기에 속한다.
또 하나는 원인 질병이 없이 오는 이른바 `본태성 고혈압’이다. 어린이가 청소년, 성인으로 성장해 가면서 이런 본태성 고혈압이 점차 증가하게 된다. 본태성 고혈압은 10세 이하에서는 드물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에서는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 된다.
문제는 이런 본태성 고혈압이 소아 및 청소년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아에서 90 퍼센타일(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작은 쪽에서 90번째) 이상의 혈압을 가졌던 사람 중 4분의 1은 성인이 돼서도 90 퍼센타일 이상의 혈압을 나타낸다. 또 사춘기에 고혈압이 관찰된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은 성인이 돼서도 고혈압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성인 고혈압은 결국 관상동맥질환, 중풍, 신장병 같은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 관리는 소아 및 청소년 때부터 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 비만 어린이나 부모가 고혈압인 어린이는 혈압 체크 중요
성인은 혈압의 기준치가 단일화 돼 있지만 소아는 나이별, 남녀별, 키에 따라 기준치가 세분화돼 있다. 따라서 고혈압 수치를 산정하기가 복잡하고 주의할 점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어린 젖먹이는 자동혈압계를 써야 측정하기가 쉽고, 혈압을 잴 때 팔을 감싸는 혈압대의 폭이 맞아야 혈압을 정확하게 잴 수 있다. 또 혈압을 한 번 재서 높게 나왔다고 `높다’고 판정해서는 안 되고, 때를 달리해 세 번 이상 잰 다음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이는 어린이의 혈압이 때와 주위 환경에 따라 변동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의 혈압측정과 그에 따른 건강 상황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는 게 정확하다.
어린이가 본태성 고혈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인해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 일은 별로 없는 만큼 혈압을 측정하기 전에는 고혈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병원에 가서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을 때는 잊지 않고 혈압을재보도록 해야 한다. 특히 뚱뚱하거나 부모 중에 고혈압이 있을 경우에는 혈압을 반드시 측정해 볼 것을 전문의들은 권한다.
병원에서 소아의 혈압치를 보고 위험도를 판단할 때는 통상 `퍼센타일’이라는 수치를 활용한다. 어린이의 경우 체중, 신장 같은 측정치를 퍼센타일로 나타내는 것과 같이 혈압도 퍼센타일로 나타낸다. 만일 어떤 어린이의 혈압이 95 퍼센타일이라고 하면 그 어린이보다 혈압이 높은 아이는 5%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소아 고혈압은 90 퍼센타일 미만이면 정상, 90~95 퍼센타일이면 고혈압 전단계, 95 퍼센타일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만약 뚱뚱한 청소년의 경우 고혈압으로 판정되면 혈압뿐만 아니라 혈액의 지질 농도, 혈당도 함께 조사해 보아야 한다. 비만아는 이러한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 본태성 고혈압에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
원인 질환 때문에 생기는 이차성고혈압은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게 곧 고혈압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즉 신장병, 혈관 이상, 내분비 질환, 신경질환 등 그 원인이 되는 병을 찾아 치료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어떤 원인 질환이 없이 오는 `본태성 고혈압’은 혈압이 95 퍼센타일 이상인 청소년에게서 문제가 된다. 이 때는 우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주된 치료법으로, 혈압을 95 퍼센타일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생활습관 개선에는규칙적인 운동, 체중조절, 식사요법 등이 포함된다.
고혈압을 가진 청소년의 35~50%는 비만아인 만큼 비만 청소년에게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체중 줄이기다. 식사를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데 식사를 조절한다고 해도 성장에 필요한 균형된 식사는 유지해야 된다.
대체로 신선한 야채, 과일, 섬유질 음식을 늘리고 지방질이나 고 칼로리 음식은줄이는 게 좋다. 염분 섭취도 줄여야 하는데 소금의 경우 4~8세는 하루 3g 미만, 나이가 그보다 더 많은 어린이는 3.8g 이하가 추천된다. 좀 더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의사와 상담하고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비만 치료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 하루에 30~60분 동안 적당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시간은 한 번에 하거나 혹은 10분 정도씩 나눠서 해도 된다. 고혈압 전단계(90~95 퍼센타일)의 청소년은 특정운동을 제한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해도 된다. 95 퍼센타일 이상의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2단계의 심한 고혈압 환자만 심한 운동을 삼가도록 한다.
그리고 집안에 있을 때는 앉아있는 시간(텔레비전 시청, 비디오 보기, 전자 게임 등)을 가급적 2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게 좋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습관 개선은 혼자서 실행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효과적이다.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비약물요법을 열심히 실천하는데도 불구하고 혈압조절이 안 될 때에는 의사와 상담해 약물요법을 실시하는 수도 있다.
(도움말:대한소아과학회 전문위원 홍영미 이화여대 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