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년’김종해, 열 번째 시집 출간

`눈송이는 나의 각角을 지운다’

2013-04-14     연합뉴스

 올해로 등단 50년이 된 김종해 시인이 열 번째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角을 지운다’를 냈다.
 지나갈 시간보다 지나온 시간이 더 많은 시인은 오랜 시간 대가를 치르며 둥글린 마음의 각을 담담하고 간결한 언어로 보여준다. 지난 시집 `봄꿈을 꾸며’에서 먼저 떠나는 문우들을 지켜보는 그리운 심사와 죽음을 껴안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 시인은 이번엔 돌 무렵의 손녀를 바라보며 느끼는 생명의 환한 기운으로 생사(生死)를 성찰한다.
 “나이 칠순을 두 해 넘긴 저는 할아버지, 봄날 아침을 맞아 자술自述할게요.(중략) 그간 제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보며 하느님께 행복했었다는 감사 말씀을 오늘 문득 하고 싶었던 것은 끝둥이 손녀 아기천사 때문입니다. 천사의 눈빛은 무량한 사랑, 제가 잊고 있었던 떠나온 곳과 마지막 갈 길을 일깨워줍니다.(중략) 이곳에 와서 여기에서 지내다가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깨닫는 것은 사랑입니다.
 오늘 제가 자술할 맨 마지막 말씀도 사랑이지요.”(시 `아기천사와 함께’)
 지나온 길이 길었다고 해서 시인에게 담담함만 남은 것은 아니다. 시집의 제목처럼 눈송이는 시인이 가진 각을 지워주지만 여름날 방충망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는깊은 곳에 감춘 시인의 슬픔을 한꺼번에 일으킨다.
 “어머니 장례식날 이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방성대곡放聲大哭해 본 적이 없다/(중략) 아침 식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고 있을 때/ 문득 그가 왔다, 곡비哭婢가왔다/(중략) 창문 안을 들여다보며 그가 흐느껴 울 동안/ 지금까지 가슴 속에 감춰둔 내 슬픔도/ 그의 호곡 하나하나에 사설을 붙였다”(시 `곡비哭婢가 왔다’)
 올해 일흔둘인 시인은 `시인을 위한 메시지’로 서문을 대신했다. 시인은 “내게는 너무 많은 각이 살아있다. 나의 삶이 온전히 시 속에 뿌리박고 있을 때 나는 예리한 야생의 날과 각을 느낀다. 내가 지닌 각 때문에 나는 일생 많이 다쳤다”고 고백했다. 시인은 “시인이여. 어쩌겠는가. 그대는 그대가 가진 예각을 지혜롭게 감춰라. 그러나 죽을 때까지 일생의 삶 속에서 예리한 날과 각을 세워 한 편의 좋은 시를 얻어야 한다. 모난 삶의 치유가 시 속에 있다”고 적었다. 후배 시인들에게 노선배가 건네는 다정한 이야기다.
 문학세계사. 117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