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담배
2006-05-02 경북도민일보
농사지을 일이 없는 1~2월은 관심을 가질 대상도 못됐다.
이것을 12달로 만든 사람은 BC700년께 누마 폼필리우스 왕 이라거니,시저라거니 하는 주장이 엇갈린다.
달력이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었듯 시간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기의 산물이다.
그 편리성을 시간계산에 적용하고 싶어한 혁명정부는 `십진법초(十進法秒·decimal second)’란 것을 생각해냈다.
1십진법분은 100십진법초, 1시간은 100십진법분, 하루는 20시간,1주일은 10일,…. 이 계산법 보급에 따른 혼란을 줄이려고 10시간짜리와 12시간짜리가 함께 들어있는 시계 문자판을 만들기까지 했다.
4계절이 골고루 나뉘어져 있는 우리나라 여름과 겨울의 낮 길이는 최대 5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옛 로마사람들이 달력에 없는 1~2월에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듯, 우리도 이 길어진 5시간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진다.
때마침 KT&G가 이 일조시간 차이가 흡연량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있다는 `10년 조사’결과를 내놨다.
담배판매지수가 월별로는 9월,계절별로는 여름이 가장 높다.
날씨가 추워지면 `군불’을 그리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한마디로 낮 시간이 긴 여름은 활동량이 많고 그 때문에 흡연량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요즘 때이른 여름날씨의 기습이 잦아지고 있다.
시인묵객들은 여름철에 저마다 색다른 의미를 던지곤 했다. `답사의 계절’ `날고 싶고, 뛰고 싶은 시즌’이런 식이다.
봄이 온 둥 만 둥 사라지게 만든 것은 `사람탓[人災]’이긴 하나 무덥다고 낮 시간까지 길어진 것은 아니다.
피워서 이로울 것 없는 담배 판매 지수를 높여 줄 생각은 않는 게 좋겠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