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약속’이 가져온 `우울한 성과’

2007-03-12     경북도민일보
 
 
    -참여정부 경제성장률 4·2%-
 
     조 동 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참여정부 4년간 경제 성장률 평균은 4.2%로, OECD 30개 회원국 중 7위 성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경제 성장률을 가지고 한국경제를 파탄이라고 한다면, 한국경제는 영영 파탄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 이면에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말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 이제부터 축적된 부(富)를 원칙에 맞게 골고루 나누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경제성장률 평균 4.2%가 적정 성장률인지 살펴보자. 성장률 평균 4.2%는 김대중 정권의 성장률 평균(4.4%) 보다 낮은 수치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은 낮아지게 된다. 관건은 성장률이 낮아지는 속도다. 따라서 평균 성장률 4.2%는 `반 토막 성장’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기간(2003~2006) 아시아 주요 국가와 비교해보자. 한국 경제성장률은 15개 주요 국가 중 13위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이 모두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 경제는 2006년에 10.7% 성장률을 기록, 4년 연속 10%대 성장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경기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문제는 `성장잠재력 저하에 따른 저성장의 구조화’다. 참여정부 들어 설비투자율이 크게 떨어진 사실이 그 징후다. 국내 설비투자는 1986~90년 동안 연평균 18.1%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2001~2005년)에는 1.2%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설비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1%에서 10.2%로 하락하였다. 투자는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기업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만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도 파업을 한다.” 투자 부진에 대한 참여정부 일각의 속내는 그랬다.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가 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댈 곳은 기업밖에 없는데,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 투자를 미루는 것은 정권에 대한 `파업’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투자는 미래 경쟁력의 요체이고 또 때가 있다. 따라서 기업이 망하기로 작심하지 않는 한, 투자를 스스로 미루지 않는다. 투자 부진의 일차적 원인은, 투자수익률과 리스크 면에서 투자가 여의치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수익률보다 더 결정적인 투자 저해 요인은 정책의 `불확실’이다. 반(反)기업, 반(反)시장규제와 반(反)기업 정서도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예측하고 투자 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경제만 좋아진다고 민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했다. 오히려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양극화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IMF구조조정의 결과 등을 그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양극화 현상이 참여정부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양극화는 `중산층 붕괴, 신(新)빈곤층 양산’의 결과다. 저성장이 지속되는데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을 리 없다. 중산층 붕괴는 신 빈곤층 양산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저성장이 양극화를 악화시킨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양극화 해소 명분 하에 추진한 동반성장, 상생협력, 균형발전 정책이 중산층을 늘리는 데 기여했는지 아니면 신 빈곤층을 늘려왔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치명적 잘못은, 무오류(無誤謬)의 지도자가 모든 사회적 교란과 갈등을 조정해 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무오류의 함정’에 빠져 `화려한 약속’을 쏟아 냈지만 `자유’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우울한 성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 했던 계층을 고통스런 상황에 빠지게 했다. 참여정부 4년은, 무오류의 독선, 확신편향, 이념과잉이 빚은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