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체가`죽음의 환풍구’

2014-10-19     경북도민일보

[경북도민일보] 이번엔 환풍기 추락사고다. 20명에 가까운 목숨이 비명에 갔다. 걸그룹의 `공짜공연’과 안전불감증이 몰고온 대형 참사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안전”을 다짐한 게 어제인데 얼마나 더 아까운 목숨이 세상을 등져야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
 환풍구 추락사고는 경기도 판교 사고 이전에도 경상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수년전 이맘때 부산에 사는 오모군이 해운대구 백화점 출입문 옆 환풍구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오군은 생일을 맞아 술래잡기 하던 중 변을 당했다. 2007년 8월 1일 새벽 서울 방학동 한 대형 마트 건물 밖에 있는 지하 환풍구에서는 이모(27)씨가 추락했다.
 2009년 10월에는 경기 화성시 한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던 이모(12)군이 환풍구 지붕이 꺼지면서 10m 아래 지하 주차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작년 3월 재수생이던 A(19)양이 공부를 마치고 귀가 하던 중 아파트 단지 내 환풍구 아래로 떨어져 허리와 오른쪽 무릎·발목을 크게 다쳤다. 그러나 환풍구 운영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에 관심을 보인 관련기관은 어느 한 곳도 없었다.
 크고 작은 건물에 환풍구가 없는 곳은 없다. 특히 대형 건물의 환풍구는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판교 환풍구는 깊이가 20m다. 넓이만 서너 평이다. 그 위를 얇은 철판 구조물 하나가 얹혀져 있었을 뿐이다. 그 위에 수십 명이 올라섰으니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공짜 구경을 위해 어린이 키 높이의 환풍구로 올라간 사람들도 딱하지만 위험한 환풍구를 방치한 관리자는 더 기가 막힌다.
 현행법상 환풍구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관할청이나 건물관리주최가 환풍구 안전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위험’이라는 팻말 하나 없이 방치된 환풍구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당장 아파트 주차장 주변을 가보라. 어마 어마하게 큰 환풍구에 허술한 덮개 하나만 올려진 채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아예 `죽음의 환풍구’나 다름없다.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주최측과 경기도, 성남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가관이다.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는 경기도와 성남시와 함께 행사를 개최했다고 주장하지만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짜공연’으로 주민 관심을 끌겠다고 안전을 무시한 주최 측도 괘씸하지만 제대로 단속도 못한 주제에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발뺌하는 자치단체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세월호 참사로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났다. 그 후로도 유람선, 지하철 사고가 있었고, 그런데도 안전을 책임진 자치단체 등 당국은 정신을 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이다. 시커멓게 입을 벌린 환풍구 위에 올라간 시민의식이 세월호를 낳았고 대형참사를 몰고 왔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죽음의 환풍구’다. 국민 각자가 안전의식으로 무장해야 하루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