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5

2015-12-27     경북도민일보

[경북도민일보] 손에 손 잡고, 당신이 나에 대해 착각하는 한 가지, 월동준비, 첫 눈이 온다구요, 그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선을 넘는다는 것, 세 가지 예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래 맞다. 요즘 대세인 응팔, ‘응답하라 1988’의 회차별 제목들이다.
 케이블채널 응답하라 시리즈는 2012년 ‘응답하라 1997(2012년)’, ‘응답하라 1994(2013년)’에 이은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다. 지나온 추억으로의 여행, 1980년대로의 추억여행을 떠나는 응팔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다.
 1988년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초등학교 아이에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를 아우르는 대가족인 우리 가족이 즐겨 보는 주말 드라마다.
 그때 그 시절, 우리 골목,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진한 향수를 불러낸다. 디지털의 시대 중심에서 불러오는 그 추억은 현재와 과거의 간격을 재인식하며, 아련한 향수를 자아낸다. 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도 모른다. 그 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 이웃집에 밥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꿰고 있었던, 밥이 모자라면 빈 공기를 들고 밥을 얻어오고, 새로 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일은 그 시절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었다. 라디오를 즐겨 듣던 시절이었다. 마이마이 워크맨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 우리는 라디오 하나 두고 안방에 엎드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잠 못 이루는 그 밤을 보냈고, 온 밤 내내 편지를 쓰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다.
 1988년은 2002년과 더불어 격변 속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각종 사건, 사고와 더불어 엄청난 일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건과 더불어 그와 얽힌 가족 간의 이야기, 친구들 간의 우정 그 시절의 주인공이었던 그들만의 세상이 바로 지금은 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세대일 것이다. 그래서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더욱 자아내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 시절 무엇을 했을까, 돌이켜 보며 응팔의 진한 향수에 빠져본다.
 고독마저도 감미로운 가나 초코렛의 여배우가 생각난다. 그 때 그 시절에는 그녀가 대세였다. 1988년 6월 논산훈련소에 입대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 2년을 마치고 동기들은 하나 둘 서둘러 입대했다. 나는 그 때까지 친구들의 입영전야를 도맡아 처리하며, 나의 일 인양 슬퍼하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친구들을 송별해 주고 나니 정작 내가 군대에 갈 때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가족들만이 함께 있어 주었던 논산훈련소 입대위해 고속버스에 올랐던, 포항고속버스 터미널에서의 어머니의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은 세밑이다. 나에게 있어 올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다. 첫째가 대학입시를 보고, 다니던 교회가 이전을 했고, 사무실도 더불어 이전을 계획하고,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새롭게 준비하는 한 해 였던 것 같다.
 지난 연말의 바함을 기억해 본다. 가족들이 건강하고 하는 일들이 잘 되기를 바랬던 그 소원들이 이루진 것이다. 2015년 행운을 위해 행복을 놓쳐버린 기억들이 있다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12월이다. 사실 나와 더불어 가족들의 일상의 매순간 순간이 모두 행복이고 기적의 연속인 것을…. 2015년 이 순간이 먼 훗날 나에게 뭐라고 응답할까?
 ‘위하여!’가 난무하는 때, 조용히 한 해를 둘러보는 송년회가 되었으면 한다.
 ‘응답하라 2015’ 나 자신에 대하여,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하여, 다시 올 2016년을 기대하며 나 자신에게 조용히 응답해 본다. 한 해 수고했다고, 함께 해서 고마웠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