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질서로 빛난 100만 촛불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이 평화와 질서로 빛난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이뤘다. 나라의 주인이 주권자인 국민임을 일깨웠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락을 규탄하고, 책임을 물은 3차 촛불 집회는 100만명의 인파 속에서도 평화적으로 진행돼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확인시켰다.
집회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이었다.
역사적인 촛불 집회의 규모는 지하철 이용 통계로도 확인됐다.
두 광장 인근 지하철역을 이용한 시민이 154만여명이었는데 다른 목적의 승객을 제외하면 100만명 가량이 집회 장소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했거나 전세버스로 상경한 인원까지 합하면 100만명이라는 숫자가 허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규모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따낸 민주화 운동을 방불하는 인파가 운집함으로써 ‘광장 민주주의’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두 광장에는 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넘쳐났는데도 집회는 축제처럼 평화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화제, 시민 발언이 이어졌다.
대학생, 청소년, 노인, 연인,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등 참석자 면면도 다양했다.
평화 집회가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이에 대한 국민 염원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위와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질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불행이나 경찰의 과잉진압 시비를 국민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참여자 모두가 애썼다.
남북으로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동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며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지만 돌발 행동을 자제했고, 법원이 허가한 경로를 지키면서 행진했다.
일부 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었으나 우려와 달리 양측 사이에 충돌은 없었다.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과격 행위가 나타나면 옆에 있던 다른 시민들이 자제를 촉구해 극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참여자들은 광장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워, 다음 날 아침 무질서의 흔적은 별로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저질 정치와 대비되는 시민의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는 시민의 집회권을 보장하려는 법원과 경찰의 노력도 한몫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행진 종착지인 내자동 로터리에서 8000여명이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려다 7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위험한 상황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과 시민 3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다.
집회는 계속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촛불 집회는 평화의 상징이 되고, 추락한 국가 권위의 회복과 국정 정상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최순실 정국’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국민의 염원이 결실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