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새해라고 다를 게 있나…
그냥 바다처럼, 사는 게 꿈이지’

丁酉年 새해 기획시리즈… 새벽을 여는 사람들
1. 포항수협 위판장

2017-01-01     이경관기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지진, AI파동 등…….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해가 저물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본보는 희망찬 정유년을 염원하며, 삶에 대한 열정으로 그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여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삶의 모습을 시리즈로 엮는다.
 
 1)포항수협 위판장 사람들
 “뭐 새해라고 다를 게 있나. 소원이랄 게 없다니까. 그냥 바다처럼, 한결같이 사는 게 꿈이지.”
 밤새 잡은 물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새벽 일찍 위판장을 찾은 어부 김모(69)씨의 새해 소망이다.
 정유년(丁酉年)의 해가 채 떠오르기도 전인 1월 1일 오전 5시 50분.
 포항시 북구 해동로 193에 위치한 포항수협 위판장을 찾았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어슴푸레한 시간이었지만, 올 한해 풍어와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초매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위판장은 문어, 오징어, 광어, 방어, 게 등 싱싱한 수산물이 지천이었고 200여명의 어민과 중도매인, 상인, 관광객들로 가득 메우는 등 활기가 넘쳤다.
 오전 6시 위판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경매사의 경매가 진행됐다.
 초매식 첫 경매는 팽모(61)씨가 잡은 20kg 대형문어로 80번 도매인이 40만원에 낙찰 받았다.
 팽 씨는 “예상 가격보다 조금 못 미쳐 아쉽지만, 올해 첫 번째 경매자로 참여한 만큼 올 한해 만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매가 진행되면서 좋은 가격에 판매하려는 어민들과,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낙찰을 받으려는 중도매인들간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치열한 눈치 싸움과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고성 속에서도 경매는 빠르게 진행됐다. 가격과 낙찰자가 결정되는 순간, 수산물은 상인에게도 넘어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위판장은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으로 춥지 않았다.
 죽도시장에서 수산물 중간도매를 한다는 박모(51)씨는 “문어와 잡어를 좋은 가격에 낙찰 받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재수생 아들과 새벽시장을 찾은 장모(49)씨는 “1월1일을 맞아 아들에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진해 원하는 꿈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수협 김진수 판매과장은 “2017년 한 해 지역 어업민들의 무사 안녕과 만선 그리고 수산물이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포항수협도 어업민들의 행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새벽시장은 그 자체로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어부의 얼굴에 골골이 패인 주름은 삶의 고됨을 대신 전하고, 따뜻한 커피에 몸을 녹이는 노상인의 모습 속에, 우리네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정유년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