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필요하다
[경북도민일보] 내년에도 경북의 초·중·고 12개 학교가 통폐합되어 10여개의 학교가 사라진다고 한다. 특히 안동 지역은 중학교 5개를 통폐합해 하나의 기숙형 중학교로 운영한다고 한다.
학령 인구의 감소로 농산어촌지역이 많은 경북은 지금까지 약 735개의 학교가 사라졌다. 앞으로도 교육부가 제시하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으로 보면 지금 남아 있는 학교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판이다.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에 해당하는 학생수 60명 이하의 초·중·고등학교가 2016년 기준으로 도내 463개교다. 전체 학교의 46.8%다.
교육부는 교육청에서 학교 통폐합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학교 통폐합을 하면 분교장 폐지 시에는 20억에서 40억, 본교 폐지시는 40억에서 110억을 인센티브로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금까지 교육부의 학교통폐합 정책을 17개시도 중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해 전국에서 제일 많은 1370억원의 통폐합 지원금을 받았다.
그 결과 1읍·면 1학교의 원칙도 무너져 초·중학교가 하나도 없는 면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까지 필자가 근무했던 영덕군의 9개 읍·면 가운데 초·중학교가 없는 곳이 한 곳, 중학교가 없는 곳이 한 곳이다. 지원금이라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장기적으로 지역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 보면 지역 학교는 지역민들의 염원으로 이루어졌다. 지역민들이 십시일반 땅을 내놓고 건축을 도와 그야말로 마을 공동체가 학교를 세운 셈이다. 지역은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온 마을 사람들이 동창생이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이 함께 동창생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지역의 구심 역할을 해 왔다.
일년에 한 번씩 열리는 동창회 체육대회는 고향을 떠난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는 기회이며 고향을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학교들이 통폐합되면서 지역민들이 가지는 상실감은 크다.
학교는 지역민들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없는 지역은 미래가 없다. 학교의 폐지는 지역의 미래를 없애는 것과 같다.
최근 젊은 층들의 귀농, 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귀농,귀촌지역을 선택할 때 필수 조건은 자녀 교육이 가능한 학교의 존재이다. 학교가 없는 지역은 젊은이들이 돌아올 수 없는 곳이다.
학생들이 자연적으로 감소해 더 이상 학교의 유지가 힘들 경우(경북은 2년 이상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을 경우 자동 폐교로 원칙을 정하고 있다)가 아니라면 단지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학생들의 자연 감소를 수수방관하기만 할게 아니라 이들 작은 학교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북과 처지가 비슷한 강원도는 ‘강원교육희망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교육청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나서서 농산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도시의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는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학군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학생 통학을 위해 시내버스 노선까지 조정했다고 한다. 아울러 혁신학교로 지정해 작은 학교의 교육 시설들을 환경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 사회가 모두 주체가 돼 학교를 마을 교육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경북에도 교육청의 수수방관 속에서 뜻 있는 교사들이 힘을 합쳐 작은 학교 살리기에 성공한 사례들이 더러 있다. 학생 수 30명이 안돼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만들어 학생 수 100명이 넘게 다니는 학교로 변신한 포항의 흥해서부초등학교를 비롯해서 칠곡의 다부초, 상주의 백원초와 상주남부초, 상주내서중학교 등이 그 사례라 하겠다.
이런 학교들은 교육청과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교사들의 교육적 사명감 하나로 살려낸 것이다.
경북도교육청도 하루 빨리 작은 학교 정책에서 통폐합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살릴 수 있는 방법과 사례들은 타 시도뿐만 아니라 경북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