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생 포항 토박이들 인생 이야기 책에 담다

포항 시승격 70주년 맞아 49년 출생 토박이들 50명 애환 담은 책자 6월 발간 “다양한 세대와 공감 통해 새 도약하는 포항 됐으면”

2019-05-29     이진수기자
손상택·박연례씨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8남매 막내였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는 세상을 떴다. 어머니 젖도 한번 먹어 보지 못했다.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다 19세에 해병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 서울 빵공장에서 생활하다 지금의 아내(박연례)를 만나 안동의 사찰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영업용 택시운전을 거쳐 화물 운송업을 시작했다. 부산과 서울을 뛰면서 아내와 도로변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힘들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다행히 그때 고생으로 지금은 아내와 집에서 닭도 키우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 거주하는 손상택(70)씨의 인생 이야기다.
 포항시는 올해 시승격 70주년을 맞아 1949년에 출생해 올해 70세의 포항 토박이 50명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자‘70년지기 49년생들이 말하는 나의 포항’(가칭)을 책자로 만들어 6월 발간한다.
 태어난 이듬해 처절한 동족상잔인 6·25 전쟁과 독재정권,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이들의 삶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현대사의 모습 그 자체다.
 이 책은 이한웅, 김동헌씨가 방문 인터뷰를 통해 이들 삶의 애환과 빛바랜 사진을 엮어 다양한 세대의 포항시민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담아낸다.
 조정희(70·여·기북면)씨는 아버지가 부자집에 시집가면 생활이 편하다고해 부자집에 시집 왔는데 조부모, 시부모, 시동생, 시누이가 있는 대가족이라 하루에 12번이나 밥상을 차렸다며 저녁 후에는 내일 밥상 준비가 걱정돼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다고 했다.
 조씨는 “그 많던 식구들이 이제는 다 떠나고 병든 남편과 단촐하게 살고 있다”며 힘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북구 신광면의 차수특(70)씨는 울산에서 군 복무 중 1968년 1월 청와대를 습격한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으로 느닷없이 복무기간이 1년 정도 연장되고 군기 또한 심해져 고참들에게 폭력을 많이 당했다는 자신의 고된 군 생활을 털어 놓기도 했다.
 최영락(70·청하면)씨는 아내와 결혼하게 된 사연을 꺼내 보였다.
 원양 어선을 타다 장가 가기 위해 부산서 맞선을 보았다. 상대 여성이 별 반응이 없자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최씨의 동생이 나섰다.
 동생은 맞선 여성에게 “도시에 있는 분을 형수님으로 모시고 싶다. 우리 형님은 좋은 분이다. 형님과 꼭 결혼해 주길 바란다”는 장문의 결혼 호소 편지를 보냈다.
 시동생의 편지에 감동한 여성은 포항 총각과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편지에는 식구가 단출하다고 했는데 막상 시집와 보니 시할머니 등 가족이 많아 깜빡 속았다는 최씨의 아내 이상애씨는 “세월이 지나 지금은 이게 행복이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또 “그때 편지를 쓴 시동생이 지금도 자신을 끔찍이 대하고 있다”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힘들고 배고픈 시절의 굴곡진 인생 속에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어느덧 고희(70세)가 된 50명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이한웅씨는 “이들이 오늘의 포항이 있기까지 힘의 원천이었다. 이들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권태흠 포항시 북구청장은 “올해 시승격 70년을 맞아 포항과 함께 걸어온 49년생 시민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자 발간을 통해 포항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높여 지진과 경기침체의 힘든 오늘을 극복하고 미래 70년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포항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