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2019-11-12 경북도민일보
벼가 익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더 겸손해지라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학교생활을 하면서 줄 곧 들어온 속담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이 속담의 실천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출마에 나설 땐 저마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민심을 바탕으로 참 정치를 펴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한다.
그러나 국회에만 들어가면 민의는 오간데 없고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당리당략에 맞춰 이해타산에만 집중해 민심을 저버리고 만 정치행태를 보여 민의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집권당이건 야당이건 서로 ‘반대에 의한 반대’만을 일삼으며 민생에 관련된 수 많은 법안들이 고스란히 입법절차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를 보면서 국회입성을 위한 노력을 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왜 이리도 이 속담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늘 초심으로 국가가 우선이 되고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 자신들의 지역구가 가지고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할 의원들이 당의 이익만을 앞세워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의 표심이 총선 때만 되면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터인 데도 고개 숙인 벼의 모습은 오간데 없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최근 집권여당의 초선 의원 두 명이 정치에 상당한 환멸을 느껴 다가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보며 이들에게 적잖은 존경심마저 든다.
나름 열심을 다해 정치에 나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행태에 불만을 가지고 당의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두 명의 의원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라고 한번 본 권력의 맛을 손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오죽했으면 누구라도 해보고 싶던 국회의원의 자릴 그리 손쉽게 내려놓을까하는 생각이다.
익은 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사람들도 지식이나 인격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라고 하는 속담처럼 우리의 국회의원들도 당리당략보다는 민심을 챙기고 잘사는 부강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는 곳이 국민들로부터 잘 익은 벼처럼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조심스레 적어본다.
권재익 경북북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