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생긴 구멍, 홍합이 메운다

차형준 포스텍 교수연구팀 홍합 접착 단백질 활용한 방광 누공 치료기술 개발

2021-03-15     이예진기자
최근 국내 연구팀이 홍합접착단백질을 이용해 소변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장기에 생긴 누공을 효과적으로 꿰맬 수 있는 혁신적인 방광 누공 치료기술을 개발했다.

차형준<사진>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편종현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게 홍합단백질을 이용한 ‘수중접착제’를 개선하고 이를 실제 방광 누공을 모사한 돼지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봉합사를 이용한 기존 치료 방법보다 훨씬 간편하고 빠르게 누공을 폐쇄하며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

누공이란 혈관, 창자와 같이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기관 사이에 생기는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구멍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방광은 주변으로 복강내 창자, 자궁, 질 등 다양한 장기와 접해 있어 누공이 발생할 경우 분뇨 실금이나 방광 염증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는 환자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여성 누공이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을 무시하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는 이러한 방광 누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봉합사로 꿰매는 물리적 봉합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봉합은 수술이 어렵고 방광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는 경우 조직이 손상돼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6년에 홍합접착단백질의 상분리 현상을 이용한 제형을 만들어 혈액,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우수한 수중 접착력을 가지는 수중접착제를 개발했다.

공동연구팀은 요변성을 가지는 액체-액체 상분리 제형을, 접착제 개발에 이용함으로써 얇은 주사기를 통해 고점도의 액상 접착제가 누공 부위에 정확히 전달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누공 폐쇄 이후에는 누공으로부터 흘러나오거나 탈락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수중 접착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용기인 카테콜(catechol)의 함량을 최대로 높여 체액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더욱 안정적인 접착력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유연성이 좋은 단백질 기반 접착제의 특성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장기인 방광에서도 누공의 폐쇄력은 계속 유지됐고 이후 단백질 접착제는 생분해되어 누공은 자연재생이 되는 것도 확인했다.

또 폐쇄된 누공 주변으로 그 어떤 면역 반응이나 염증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소재의 대량확보, 낮은 수술 난이도 때문에 열악한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