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천 포항시민상 수상자회장 “포스코지주사 사태 극단적 대립 안 돼”

포항시-포스코 극단대립 개탄 포스코, 사태 해결 단초 위해 결자해지 차원서 대화나서야 시민들도 극한투쟁 자제 당부 포스코 홀딩스는 포항에 설치 서울사무소 운영 체제 바람직

2022-02-20     모용복선임기자
박만천

“포항시와 포스코는 더 이상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아선 안 됩니다. 이제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포스코지주사 전환을 놓고 포항시민들이 1인시위, 규탄성명 등 고강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든 이슈들이 대선 블랙홀에 빨려들다 보니 시민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자는 없고 극단적인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접점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때 포항지역 원로(元老)가 대화를 통한 상생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박만천(81·사진) 포항시민상 수상자회장은 반세기 이상을 동고동락 해온 포항시와 포스코가 이처럼 극단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개탄스러움을 표하고 하루 속히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결자해지 차원에서 포스코가 손을 내밀어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포스코가 사전에 아무런 여론 수렴 없이 포스코홀딩사 서울 설치를 결정하고 또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것에 대해 포항시민들은 매우 분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사태 해결의 단초를 위해 먼저 대화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늘날 글로벌기업 포스코의 성공을 이끈 것은 포항시민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지방화 시대를 맞아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속속 이전하는 판국에 공기업 성격을 띤 포스코가 ‘철의 성지(聖地)’인 포항을 버리고 서울로 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본사를 서울로 옮기려는 이유에 대해 “포스코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것만 봐도 본사가 포항에 있다고 기업이 안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따라서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포스코지주사를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율배반”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지근거리인 동해면이 고향인 그는 50여 년 전 포항제철 건립 때부터 글로벌기업 포스코로 성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생생히 지켜봐 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포스코를 사랑한다고 했다. 박 회장뿐 아니라 포항시민 누구나 포스코에 대해 고마움과 무한애정을 지니고 있다. 포스코가 있었기에 포항이 발전할 수 있었으며, 지역 곳곳에 포스코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포항시민들도 포스코에 대해 지나친 비난이나 항의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금 시내를 가다 보면 온통 현수막 천지로 변해 꼭 전장터를 방불케 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도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쯤 했으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했으니 앞으로 극한투쟁은 자제하고 포항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박 회장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포스코가 포항시민 의견을 수용해 지주사는 포항에 두고 서울사무소를 통해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이원적 체제 운영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일로 상처를 입은 ‘철의 성지’ 포항시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조치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만천 회장은 포항시 공무원으로 시작해 초대 포항시의원과 의정회 회장을 거쳐 현재 포항시민상 수상자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