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물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연간 100만명 방문 명소 건축물에 대한 철학 빈곤 명품작 하나 없는 포항시 제대로 된 상징물 건립해 문화관광도시 면모 갖춰야
2022-06-21 이진수기자
각 도시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라는 도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빌바오시는 스페인 북부의 철강도시였으나 쇠락해 1980년대 중반에는 실업률이 무려 30%를 넘어서게 됩니다. 시와 주정부, 시민단체가 도시재생 프로젝트 차원에서 도시를 대표할 상징물로 만든 것이 바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입니다. 1997년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건물 외형은 3만 3000개의 티타늄 판넬을 사용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담아냈으며, 마치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난 것처럼 보여 메탈 플라워라고도 불립니다.
보통 미술관의 명성은 소장 작품 목록에 따라 결정되나, 이 미술관은 그 안에 소장된 뛰어난 예술 작품을 모두 합친 것 만큼 가치가 있다고 해 ‘미술품보다 더 유명한 미술관’이라 합니다.
인구 35만 명의 지역에 미술관 하나를 보기 위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빌바오시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한 것입니다. 도시 경쟁력을 높였다 해 이를 문화예술의 ‘빌바오 효과’라고 부릅니다.
경북 포항으로 이야기로 옮기면서 빌바오와 포항의 상징물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사물을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비교해 보렵니다. 포항의 현실이며,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포항도 지역 특성을 나타내는 여러 상징물이 있으나 아쉽게도 무엇하나 내세울 만한 것은 없습니다. 몇 개의 사례를 들어 볼까요.
꽁치 꼬리를 형상화한 ‘은빛풍어’라는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포항시는 구룡포가 과메기 특구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꽁치가 바다에서 박차고 오르는 모습이 아닌, 머리를 처박고 꼬리 일부만 드러난 형상으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마치 비행기가 추락한 듯한 모습이어서, 공항 입구에 설치하기엔 부적절 하다는 반발이 상당했습니다. 2009년 설치 당시 3억 원에 이르던 은빛풍어는 결국 2019년 11월 고철 값 1426만 원에 매각해 철거했습니다.
상징물이 고철로 변한 포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것입니다.
2009년 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해도근린공원에 13억 원을 투자해 ‘세계를 향한 비상’이라는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오대양 육대주를 향해 나아가는 돛을 형상화한 높이 37m 철 구조물과 시 승격 60주년을 상징하는 60개의 등을 강화유리 속에 담아 밤에는 빛이 나게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형형색색의 불을 밝힐 등은 보이질 않고 철 구조물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심에 가까운 수변공간에 관광자원들을 연결한다는 취지로 8개의 워터폴리를 조성했습니다.
형산강 워터폴리 18억 4000만 원을 비롯해 영일대해수욕장 워터폴리(7억 6000만 원)와 송도해수욕장 워터폴리(8억 4000만 원), 포항운하 주변 등 8개 워터폴리에 총 50억 원 투자했으나, 형산강 워터폴리만이 지난해 8500명의 관광객이 찾을 뿐, 나머지 7개는 통계조차 없으며 시민들도 워터폴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릅니다.
은빛풍어나 돛 구조물, 워터폴리 등의 상징물은 기대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빌바오 미술관은 외형 그 자체로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인데 포항은 왜 이럴까요.
무엇보다 건축물에 대한 철학의 빈곤입니다. 세계가 감탄할 만한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의지가 없다 보니 상징물 건립에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과 열정이 없는 것이지요.
짧은 기간에 적당히 하나 뚝딱 만들어 놓고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힘들며, 시간이 지나면 퇴물 취급을 받습니다. 근시안적 탁상행정으로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미술관은 1억 달러를 투자해 7년 만에 개관했을 정도로 포항과 차원이 다릅니다.
지난해 11월 포항 환호공원에 스페이스 워크가 탄생했습니다.
포스코가 117억 원으로 2년 7개월에 걸쳐 제작한 뒤 시민들에게 기부한 스페이스 워크는 사람들이 조형물 위를 직접 걷으면서 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입니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는 25m로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가 돋보입니다.
독일의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포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설계했다고 합니다.
개관 이후 7개월 간 포항 인구보다 많은 60만 7200명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일주일에 2만 5000여 명이 몰리기도 한 스페이스 워크가 그나마 포항 상징물의 위안거리입니다.
포항시가 제2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존 미술관을 볼 때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백년을 내다보고 제대로 지어야 합니다.
빌바오 미술관,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이런 상징물 하나가 도시의 위상과 명성, 문화와 품격을 나타냅니다.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립니다. 상징물의 힘이자 문화관광의 힘입니다. 포항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빌바오시는 스페인 북부의 철강도시였으나 쇠락해 1980년대 중반에는 실업률이 무려 30%를 넘어서게 됩니다. 시와 주정부, 시민단체가 도시재생 프로젝트 차원에서 도시를 대표할 상징물로 만든 것이 바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입니다. 1997년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건물 외형은 3만 3000개의 티타늄 판넬을 사용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담아냈으며, 마치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난 것처럼 보여 메탈 플라워라고도 불립니다.
보통 미술관의 명성은 소장 작품 목록에 따라 결정되나, 이 미술관은 그 안에 소장된 뛰어난 예술 작품을 모두 합친 것 만큼 가치가 있다고 해 ‘미술품보다 더 유명한 미술관’이라 합니다.
인구 35만 명의 지역에 미술관 하나를 보기 위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빌바오시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모한 것입니다. 도시 경쟁력을 높였다 해 이를 문화예술의 ‘빌바오 효과’라고 부릅니다.
경북 포항으로 이야기로 옮기면서 빌바오와 포항의 상징물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사물을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비교해 보렵니다. 포항의 현실이며,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포항도 지역 특성을 나타내는 여러 상징물이 있으나 아쉽게도 무엇하나 내세울 만한 것은 없습니다. 몇 개의 사례를 들어 볼까요.
꽁치 꼬리를 형상화한 ‘은빛풍어’라는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포항시는 구룡포가 과메기 특구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꽁치가 바다에서 박차고 오르는 모습이 아닌, 머리를 처박고 꼬리 일부만 드러난 형상으로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마치 비행기가 추락한 듯한 모습이어서, 공항 입구에 설치하기엔 부적절 하다는 반발이 상당했습니다. 2009년 설치 당시 3억 원에 이르던 은빛풍어는 결국 2019년 11월 고철 값 1426만 원에 매각해 철거했습니다.
상징물이 고철로 변한 포항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것입니다.
2009년 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해도근린공원에 13억 원을 투자해 ‘세계를 향한 비상’이라는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오대양 육대주를 향해 나아가는 돛을 형상화한 높이 37m 철 구조물과 시 승격 60주년을 상징하는 60개의 등을 강화유리 속에 담아 밤에는 빛이 나게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형형색색의 불을 밝힐 등은 보이질 않고 철 구조물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심에 가까운 수변공간에 관광자원들을 연결한다는 취지로 8개의 워터폴리를 조성했습니다.
형산강 워터폴리 18억 4000만 원을 비롯해 영일대해수욕장 워터폴리(7억 6000만 원)와 송도해수욕장 워터폴리(8억 4000만 원), 포항운하 주변 등 8개 워터폴리에 총 50억 원 투자했으나, 형산강 워터폴리만이 지난해 8500명의 관광객이 찾을 뿐, 나머지 7개는 통계조차 없으며 시민들도 워터폴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릅니다.
은빛풍어나 돛 구조물, 워터폴리 등의 상징물은 기대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빌바오 미술관은 외형 그 자체로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인데 포항은 왜 이럴까요.
무엇보다 건축물에 대한 철학의 빈곤입니다. 세계가 감탄할 만한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의지가 없다 보니 상징물 건립에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과 열정이 없는 것이지요.
짧은 기간에 적당히 하나 뚝딱 만들어 놓고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힘들며, 시간이 지나면 퇴물 취급을 받습니다. 근시안적 탁상행정으로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미술관은 1억 달러를 투자해 7년 만에 개관했을 정도로 포항과 차원이 다릅니다.
지난해 11월 포항 환호공원에 스페이스 워크가 탄생했습니다.
포스코가 117억 원으로 2년 7개월에 걸쳐 제작한 뒤 시민들에게 기부한 스페이스 워크는 사람들이 조형물 위를 직접 걷으면서 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입니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는 25m로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가 돋보입니다.
독일의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포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설계했다고 합니다.
개관 이후 7개월 간 포항 인구보다 많은 60만 7200명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일주일에 2만 5000여 명이 몰리기도 한 스페이스 워크가 그나마 포항 상징물의 위안거리입니다.
포항시가 제2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존 미술관을 볼 때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백년을 내다보고 제대로 지어야 합니다.
빌바오 미술관,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이런 상징물 하나가 도시의 위상과 명성, 문화와 품격을 나타냅니다.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립니다. 상징물의 힘이자 문화관광의 힘입니다. 포항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