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마이클 모스의 신간 『음식 중독』

2023-01-26     손경호기자
담배나 약물처럼 음식에도 중독될 수 있을까? 햄버거 오염 보도로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마이클 모스의 『음식 중독』(민음사 출판)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한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중독 전반의 관점에서 가공식품을 비롯한 현대인의 식단을 조명하고 음식과 먹는 행위에 내재한 진짜 위험을 살펴본다.

저자는 각종 중독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을 검토하며 음식이 술, 담배, 약물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나간다. 중독의 무서운 점은 중독의 원인이 상당 부분 우리 안에, 정확히 말하면 우리 뇌 안에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에는 도파민과 같이 쾌감을 일으켜 강박적 행동을 유발하는 자체적인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이 화학물질이 갈망을 담당하는 스위치를 켜고, 전두엽 피질과 해마 등에서 촉발하는 억제 시스템이 갈망에 제동을 건다.

‘단짠’ 음식에 느낀 쾌감을 기억하는 우리 몸은 포만감이 들어도 계속 그 음식을 갈망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쾌락을 주는 것을 갈망하고, 거기서 쾌락을 느끼면 다시 갈망한다. 이 순환이 중독의 핵심이다.

음식에 대한 뿌리 깊은 갈망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갈망 스위치를 켜고 끄는 본능은 먹을 것이 늘 부족했던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섭식을 통한 에너지와 영양분 섭취는 생존에 필수이므로 뇌의 보상 회로를 가장 쉽고 빠르고 우선적으로 활성화한다. 배고프지 않은데도 한 숟갈을 더 들거나 건강을 우려하면서도 패스트푸드에 손을 대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 뇌는 심각하게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몸 전체가 단순히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음식을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칼로리 없이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가 진짜 설탕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식하는 능력도 진화의 결과다. 단맛은 끊을 수 없는 습관이다. 이것이 음식 중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음식이 넉넉하고 가공식품이 식단을 지배하는 오늘날, 갈망 스위치를 켜기는 너무 쉽고 끄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음식 앞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과식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처한 고자극 음식 환경을 재고할 이유는 분명해진다.

이 책 『음식 중독』은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때문에 고민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그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