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있나요?”…환자는 당황, 병원은 진땀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 곳곳서 혼란 신분증 두고 병원 찾은 환자들 대거 되돌아 가는 진풍경 연출 “평소 다니는 병원인데” 불만도 신분증 없으면 진료비전액 부담 본인 미확인 요양기관도 과태료

2024-05-20     신동선기자

병의원 진료 시 신분증 의무화가 실시된 첫날인 20일, 병의원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평일 아침시간대 환자가 많기로 유명한 포항 시내의 한 정형외과.

이날 오전에는 평소와 다르게 진료를 위해 병의원을 찾은 환자들이 줄지어 다시 되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진료 시 환자 신분증 확인이 시작되는 첫날지만, 이를 숙지하지 못해 신분증을 놓고 온 탓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때문에 환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이른 아침부터 동네 의원을 찾은 환자들 사이에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신분증을 지참해 병원을 다시 찾은 환자는 늘어진 대기환자들 뒤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일부 환자는 평소 다니는 병원인데 “신분증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한 환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은 가족 외에 극히 드물다”며 “개인 휴대폰 인증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신분증 확인이라는 방법으로 환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제도가 마치 과거 병의원 진료 시 의료보험증을 제시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회 제도가 과거로 역행하는 것 같아 아쉽고, 시스템이 발달한 시대인 만큼 신분증 보다는 다른 인증방법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일부터 병·의원 진료 시 신분증이 없으면 진료비를 모두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가 전국 요양기관 등에서 시행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별도의 본인확인 절차 없이 주민등록번호만 제시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무자력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는 악용사례가 발생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5년간 3만 5000건의 도용사례를 적발하고, 급여비 8억여원에 대해 환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날부터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하며, 진료 시 본인 확인을 하지 못하면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의료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다만 진료를 받고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영수증을 모두 지참해 요양기관을 방문하면 차액(공단부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본인 확인이 가능한 수단으로는 건강보험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국내거소 신고증, 외국인등록증 등 신분증이 있다. 공동인증서, 간편인증 등 전자서명인증서나 통신사, 신용카드사, 은행사 본인확인 서비스, 모바일 건강보험증 또는 QR코드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에 설치할 수 있는 등 일부 부정사용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타인 명의의 휴대폰에 설치돼 도용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폰에만 설치되도록 할 방침이다.

만일 건강보험 자격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경우 대여해 준 사람과 대여받은 사람 모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부정 사용한 금액 또한 모두 환수된다.

요양기관이 본인확인을 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차 위반시 30만 원, 2차 위반시 60만 원, 3차 위반시에는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8월 20일까지 과태료 처분을 유예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확인제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 누리집 또는 콜센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