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지역별 달콤 짭쪼름한 이야기
오월의 끝자락 여름의 문턱을 넘으면서 여름이면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음식을 찾게된다. 그중에서도 국수는 여름철 대표적인 별미로 다양한 종류와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수 종류로는 냉면, 잔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모밀국수, 밀면 등이 있다. 그 가운데도 여름이면 냉면과 쌍벽을 이루는 콩국수는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국물과 고소한 콩의 맛이 어우러져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콩국수는 정확한 기원을 추적하기는 어렵지만 이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19세기 말에 등장한다. ‘시의전서(是議全書)’라 불리는 조리서에 따르면 콩을 물에 불려 약간 익힌 후 갈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밀국수와 함께 섞어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 기록은 현대의 콩국수와 매우 유사한 조리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콩국수가 한국인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콩국수를 두고 전국 각지에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흥미로운 문화가 있다. 바로 소금 두 꼬집을 넣어 먹느냐, 아니면 설탕 두 스푼을 넣어 먹느냐의 차이다.
지난 주말 전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경주역에서 출발해 오송역에서 호남선으로 환승해 전주에 도착했다. 개통 20주년 KTX 덕분에 남도기행은 대략 3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고 점심시간이 지나 간단하게 국수를 먹기로 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여름날의 별미인 콩국수를 늦은 점심으로 결정했다.
콩국수 앞에서, 친구는 장난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설탕이야, 소금이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했다. “왠 뜬금없는 설탕이냐”고 반문했다. “콩국수에는 당연 소금이지” 그러자 친구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콩국수에는 설탕이지, 영호남이 우정으로 대동단결했는데 콩국수에서 통합이 안되네.”
이 말에 적지않게 당황을 하며 흔히 하는 말로 정말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콩국수에 설탕을 넣는 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소금통을 톡톡 2번 쳤고 친구는 숟가락에 소복히 설탕을 들어 두번 콩국수위에 얹었다.
친구는 먹어보라며 앞접시에 설탕을 넣은 콩국수를 한 젓가락 덜어 주었다. 솔직히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시 ‘고수’도 먹었는데 이걸 못 먹겠나 하는 마음으로 콩물을 한 숟가락 떠 먼저 맛을 보았다. 덜큰한 맛이 영 이상해 나도 모르게 “완전 입맛배리뿟다”는 경상도 사투리가 툭 튀어나왔다.
바로 그 자리에서 콩국수에 설탕이냐 소금이냐를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정보를 갈무리해보면 한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경상도 지역에서는 소금을 넣는 것을 선호하며 전통적으로 짭짤한 맛을 더 좋아하는 경향을 반영해 콩국수에서도 그 특유의 짭짤한 맛이 콩의 자연스러운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믿는다.
반면, 한국의 대부분 다른 지역, 특히 남서부의 호남 지역에서는 콩국수에 설탕을 넣는 것을 더 선호한다. 설탕을 넣으면 콩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리는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도 친구가 했던 같은 질문을 했다.
“콩국수에 설탕 아니면 소금?”
그들도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선배 기자는 “설탕을 왜 넣어” 라며 반문했고 포항 토박이인 아무개 국장은 더더욱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울내기인 아무개 기자는 “어느 식당에는 설탕과 소금을 같이 비치해 둔다”는 정보를 주었다.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에서 다양한 취향과 선호를 반영하는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요리 논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니, 콩국수에 대한 선호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지역적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는 지역에서는 콩국수의 고소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소금의 간을 통해 맛의 깊이를 더한다고 한다. 소금은 콩국의 고유한 맛을 강조하며 간단한 조미료임에도 불구하고 콩물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설탕을 넣어 콩국수를 즐기는 지역에서는 설탕의 달콤함이 콩의 고소함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의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설탕은 콩물의 미묘한 단맛을 더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콩국수라는 단품요리에서 우리의 식습관을 형성하는 문화적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소금을 넣는 짭짤한 버전을 좋아하든, 설탕을 넣어 단맛이 더해진 달달한 버전을 좋아하든, 콩국수가 여름의 별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콩국수 논쟁을 생각해본다. 지역에 따라 콩국수를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은 한국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 지역의 기후, 풍토, 식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콩국수에 소금을 넣느냐, 설탕을 넣느냐는 단순히 맛의 차이를 넘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과 생활 방식, 심지어는 그들이 추구하는 음식의 철학까지 엿볼 수 있는 창이 된다.
그럼, 오늘 점심은 콩국수 콜?
여러분도 한번 동료들과 콩국수 논쟁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이 단순한 질문이 가져다주는 유쾌한 소통과 이해의 시간을 통해 더 나은 협력과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콩국수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여름을, 그리고 지역의 맛을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여름철 별미, 콩국수를 둘러싼 소금과 설탕의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문화와 전통, 지역적 특색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희동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