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되기까지

2024-07-11     김희동기자

- 박해달



너를 사과라 부르기로 한다



어느 날 입안에서 튀어나온 새까만 눈동자



까슬한 눈빛을 준 후 볕 바른 곳에 너를 묻는다



하루, 이틀, 닷새 동안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흙으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고

씨앗 너머의 세계로 갔을 거라 믿었다



하얀빛이 어둠을 삼키며

순백의 아이로 거듭나는 걸 본다

흙 속의 바람을 세상 밖으로 민다



한 입 베어 문 흔적

고스란히 기록된 너의 머리

연둣빛 물이 오르고



초록 싹 돋는 걸 본다



아장아장 작은 너의 땅이 생길 때까지

견디고 견딜 것이다



너는 나에게 한 알의 숨이 되었으므로

 

 

 

 

 

 

 

박해달
전남 목포 출생

순천대학교 대학원 석사 수료

2002년 《한맥문학》 동시 신인상

시집 『꽃인 줄 모르고 핀다』

한국문협 회원, 순천여성문학회 회장

독서, 논리논술, 한국어, 동화구연(지도사)

초등돌봄전담사, 초등인문활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