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전셋값에 세입자 '불안'…연착륙대책 서둘러야
2024-07-17 뉴스1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86%, 수도권은 2.03%, 서울은 2.88%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 전셋값은 모두 하락(전국 -0.36%, 수도권 -0.28%, 서울 0.05%)했다.
주택 전체 전셋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아파트 전셋값을 중심으로 오르는 셈이다. 이는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는 데다, 재계약 증가로 시장에 유통매물이 줄어든 게 주요 요인이다. 물량이 많지 않으면 작은 수급 불균형만으로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다.
최근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고점이었던 2년 전보다 여전히 싼 편이다. 6월 KB부동산시세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전국은 11.63%, 수도권은 14.03%, 서울은 11.65% 각각 낮다.
실제로 2년 전보다 싸게 전세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에 국민주택 규모(전용 84㎡)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병수(가명·56) 씨는 최근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을 했다. 금액은 2년 전보다 5,000만 원 낮은 9억 원.
김 씨는 “세입자가 2년 전보다 시세가 떨어졌으니 돈을 일부 돌려달라고 해서 요구대로 재계약을 했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2년 전 전세 시세보다 낮은 비율을 의미하는 역전세 비율(아파트 기준)은 5월에 38%에 달한다.
비아파트 역전세 비율은 이보다 높은 42.4%에 이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세난이 아니라 역전세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아파트 전세시장은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급락했다가 회복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다만 4년 전 아파트 전세 시세에 비해선 전국은 6.56%, 수도권은 7.73%, 서울은 10.51% 각각 상승해서 그 당시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비교 시점에 따라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최근에 전셋값이 계속 오르니 ‘최신효과(가장 최근에 제시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로 전세난이 좀 더 피부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7월 말로 주택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시행 4년 차를 맞는다. 일각에선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4년 치를 한꺼번에 받겠다고 나서면서 전셋값이 급등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한다.
전세시장 불안 요인인 것은 맞지만 급등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시세보다 전셋값을 지나치게 높게 내놓으면 빈집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계약이 7월 말을 전후해 한꺼번에 몰리는 게 아니라 12개월 분산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이어질 수 있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21, 수도권은 113.3, 전국은 104.5를 기록했다. 전셋값 전망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더욱이 내년 이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데, 기준금리까지 낮아진다면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연착륙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