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의 말'이 쏘아올린 극장 티켓값 논쟁
2024-09-01 뉴스1
논쟁에 불씨를 붙인 것은 배우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은 최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고,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한 방청객의 질문에 답을 하던 중 극장 관람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당시 “환경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탓해봤자 어쩌겠느냐, 세상이 변하고 있다, 쇼츠처럼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콘텐츠에 중독돼 가는 건 분명하다”면서 “극장 가격도 많이 올랐다, 좀 내리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그렇게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 1만 5000원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앉아서 여러 개 보지 발품 팔아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면 10만 원은 훌쩍 나간다”면서 “현실적인 부분은 우리끼리도 얘기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극장)도 코로나19 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고 덧붙였다.
티켓값, 이른바 극장 관람료에 대한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여러 반응을 낳았다. ‘소신 발언’이라며 공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고, 영화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의 원인을 극장에만 돌린다고 지적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최민식의 방송 출연 관련 기사 사진을 캡처한 뒤 “‘세상에서 가장 값싼 소리’, 우선 영화 관람료는 ‘극장 가격’이 아니다, 극장의 가격이 1만 5000원이겠는가? 그리고 영화관 사업이 민간 기업으로 권력 집단도 아닌데 가격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무슨 소신 발언인가?”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글에서 “이 발언이 용기가 필요한 소리인가? 영화 관람료가 너무 올랐으니 최저임금 인하하라고 했으면 내가 소신 발언이라고 인정하겠다”며 “가격이 내려서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는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래도 내린다,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은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 배우는 출연료를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기부라도 했었나?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 아니면 자선사업으로 알고 있나?”라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시장 가격은 소비자의 바람대로 책정될 수 없고 대출 금리와 최저임금 인상, 영화진흥기금 등으로 인한 부담을 지고있는 만큼, 현재의 가격이 적정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덧붙였다.
물론 영화계 내부에서는 최민식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민식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최근 CGV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 극장 티켓값의 절반 수준인 7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컬처데이)을 ‘컬처 위크’로 확대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촬영감독조합(CGK) 등 영화 관련 단체들이 속한 영화인연대는 ‘컬처 위크’에 대해 “CGV가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사, 배급사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밝힌 점에서 환영한다”라면서 “영화인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극장이 팬데믹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의 티켓값 인상을 한 것이 영화산업 침체 및 관객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 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민식 배우는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서 극장 티켓값이 급격히 오른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면서 “영화인연대는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관람료 논쟁’의 근원적인 원인은 영화계가 처한 어려움에 있다.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현상이 문제이며 그것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관점은 달라질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이다. ‘서울의 봄’과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영화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흥행작이 아닌 작품들은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 극장가의 상황이다. 이 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영화 투자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고, 벌써부터 ‘내년에는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그로 인해 극장도, 제작사 및 배급사도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논의 중이다. 결국 영화계에 닥친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화 관람료 논쟁’ 역시 답이 없는 문제로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