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재선충병 전국 ‘최악’ …국가정책 우선순위 바꿔야

2024-10-03     경북도민일보
최근 5년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나무가 300만 그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경북이 123만 그루 감염으로 최다 발생지역으로 집계됐다. 한 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하는 이 병은 현재까지 치료 약도 없다. 죽어가는 소나무들로 온 산이 빨갛게 변하는 모습에 지역민들의 가슴만 타오를 따름이다.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국가가 앞장서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수강산’이 아니라, ‘민둥산 천지’가 되게 생겼다.

국민의힘 김선교 국회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2020~2024년)간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총 305만 7344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지역별 발생 현황은 경북도가 123만 7495그루로 월등히 많았고, 경남도 69만 3915그루, 산림청 국유림 28만 8975그루, 울산시 26만 7697그루 순이었다.

2020년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시·군·구 지역은 124곳, 2021년 131곳, 2022년 135곳, 2023년 140곳, 2024년 142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24년 현재 피해 고사목 그루 수가 5만 본 이상인 ‘극심 지역’은 울산 울주, 경북 포항·경주·안동·밀양이고, 3~5만 그루 피해 고사목이 나타난 ‘심 지역’은 경기 양평과 경북 구미 등 2곳으로 조사됐다. 경북도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큰 이유를 기후변화로 인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전년도 약 933억 원에서 약 804억 원으로 올해 예산을 줄였다. 감염 소나무류 수가 106.5만 그루에서 89.9만 그루로 줄었다는 이유였다. 특히 피해고사목 방제 비용을 100억 원 이상 줄였다. 시급히 베어내야 하는 28만 그루의 죽은 소나무 문제를 감안하지 않은 졸속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사목을 처리하지 않으면 소나무재선충병은 계속 확산한다.

언론이 연일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성을 보도하지만, 정작 정치권의 인식은 요지부동이라는 비판이 있다.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정책도 변할 수가 없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음이 역력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전국의 소나무를 다 포기할 요량이 아니라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획기적인 방제법을 찾아내거나, 무너지고 있는 소나무 숲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언제까지 “돈이 없어서 못 합니다”라는 자치단체의 초라한 변명을 들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