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을 키우는 시간
2024-10-14 경북도민일보
- 한영희
갯바람이 불어와
바닷물이 물러난다
빠져나간 자식들을 기다리는 엄마처럼
찰진 갯벌
끊어질 듯 이어진 물길 따라
칠게 짱뚱어 조개 낙지를
품어 기른다
드문드문 어부들이 들어와
곳간을 여는 갯벌의 시간
물이 돌아와 붉은 칠면초가
해류를 갈아타면
흑두루미도 날아와
부리를 바쁘게 서두르고
고단한 햇살이 바다에 내려온다
갯벌 위로 들어온 바다
부레를 잃은 물고기처럼
뻘밭에 박혀있던 조각배
자식인 듯 서방인 듯
둥둥 떠오른다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신춘문예 등단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