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부실

권익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부정 수의계약 등 위반사례 다수

2024-11-27     뉴스1

A지방자치단체는 A지방의회 의원 배우자가 33.3%의 출자지분을 보유한 B업체와 지분 매도 전까지 총 194건, 약 11억 5000여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부적정 수의계약을 맺거나, 민간부문 활동 제출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지방의회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20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민선 8기 지방의회가 출범한 2022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 20개 지방의회에서 지난 2년여간 지방의원이나 가족 또는 그들이 소유하거나 대표자인 업체와 약 31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이 부적정하게 이뤄졌다. 지방의원이 임기 개시 이전에 본인이 활동했던 민간업무내역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도 전체 518명의 의원 중 308명에 달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사례는 부적정한 수의계약 체결, 지방의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관리 부실, 관용차 등 공공물품 사적 사용 등으로 나뉜다.

지방의회와 함께 지방의회의 감사나 조사를 받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도 지방의원 및 그 가족, 그들이 소유하거나 대표자인 업체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점검에서 총 1391건(약 31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지방의원이나 그 가족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특수관계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총 259건(약 17억 8000만 원 상당)이 포함됐다. 지방의원 임기 개시와 함께 대표자를 타인으로 변경했지만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계약한 경우가 드러났다.

해당 지방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에서 의정활동 명목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방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식사비를 지출한 경우도 총 176건(약 58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해충돌방지법 제8조제1항에 따라 지방의원은 임기 개시 전 3년 이내의 민간부문 업무활동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점검 대상 중 23명의 지방의원은 민간활동 경력이 있는데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5명의 지방의원은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제출했지만 운영했던 영리업체 등을 빼고 제출했다. 조사 대상 518명의 지방의원 중 59.5%인 308명이 민간활동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셈이다.

지방의원이 대표자였으며 일정 지분을 보유한 업체가 있는데도 이를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역으로 제출하지 않아 지자체가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아울러 이번 실태점검이 이뤄진 20개 의회 중 11개 의회에서 관용차 등을 공적 목적이 아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부실하게 관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관용차, 관사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물품 등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수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요 사례로는 결혼식, 장례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200㎞ 이상 관용차를 사용한 경우와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 공항까지 관용차를 이용했으나 해당 관용차 이용이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증빙하지 못한 경우 등이 있었다.

지방의원은 본인의 의안 심사로 인해 본인 또는 가족 등 사적이해관계자가 이익 또는 불이익을 보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고 의안 심사를 회피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과거 본인이 재직했던 단체와 관련된 의안을 심사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방의회가 의장비서관, 비서요원 등을 비공개로 채용할 때도 가족채용은 아닌지 확인하지 않는 등 이해충돌방지법 주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해당 제도를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권익위는 수의계약 체결, 사적이해관계자 신고·회피 위반 등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의회에 통보하여 추가 조사·확인을 통해 징계·과태료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방의원이 본인과 관계된 특수관계사업자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지방의회 이해충돌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에 모든 지방의회에 배포할 계획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최초로 지방의회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실태를 살피고 주요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지방의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