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vs. 무안공항’ 사고… “홍길동이 따로 없네”

2025-01-12     손경호기자
제주항공 여객기의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명칭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공식 명칭을 놓고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참사’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의 공식 명칭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확인했다. “그릇되게 불리는 것에 대한 지역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이처럼 여객기 사고의 경우 국제연합(UN)이 설립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통상 항공사와 항공편을 넣어 분류한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 식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주장하는 측은 지난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29명이 숨진 사고를 ‘김해공항 사고’라고 하지 않고, ‘중국국제항공(Air China) 129편 추락사고’라고 명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국제항공은 김해공항에 착륙하다가 사고가 난 게 아니고, 김해공항에서 4.6km 떨어진 경남 김해시 돗대산 기슭에 추락했기 때문에 사고 명칭에 김해공항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치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는 사고 명칭에 떨떠름한 곳이 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여객기 사고 명칭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사용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제주공항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오인하는 문의가 접수되고, 관광도시인 제주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사고 명칭에 무안공항 병기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국토부가 여객기 사고의 명칭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공식 발표하면서 무안은 빠지고 제주만 주목받게 됐다.

무안공항 사고의 경우 철새도래지에 공항 건설 문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 충돌 이후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가 처벌될 수 있다. 제주항공도 사고의 책임이 확인되면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사의 책임이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전라남도는 최근 460억원짜리 추모공원 계획을 섣부르게 발표해 뭇매를 맞았다. 철새 문제 등 제2, 제3의 사고 발생 예방보다 국비 등으로 추모공원 추진이 급한 사고방식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전형적인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행태이다.

2023년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청주시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기소 됐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2023년 7월 15일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14명을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도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 3명은 미호강 임시제방 유지·보수 책임이 있는 기관의 총책임자들이다.

대형 사고가 나면 보통 지명을 포함한다. 국토부는 ‘23년 당시 오송 지하차도 사고를 ‘미호천 범람 사고’라고 하지 않고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라고 버젓이 지역명을 표기했다.

그동안 대형 사고에는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 경주 마리나 오션리조트 사고, 포항지진 등 대부분 지역명이 앞에 붙는다. 이태원 참사를 ‘핼러윈 참사’로,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를 ‘MBC 가요콘서트 압사 사고’라고 하지 않은 것이다. 포항지진도 지열발전 업체의 이름을 넣어 지열발전 촉발 지진 사고라고 하지 않았다.

국민이 홍길동도 아니고, 지역명을 포함하지 말고 제주항공 사고라고 부르는 것에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