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軍 한시적 공습중단 … `평화속 전운’

2006-08-01     경북도민일보
레바논, 피난 행렬로 `몸살’
 
주유소 기름 `바닥’…도로 곳곳 유실
폐허 떠나 안전한 곳으로 `꼬리 정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48시간의 공습중단 조치가 발효된 31일 레바논에 모처럼의 평화가 찾아왔다.
 어린이 20여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횡사한 카나 마을과 티레, 시돈, 나바티예 등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됐던 남부지역 주민들은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을 카나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날로 지정했고, 은행과 관공서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전국의 주유소에는 승용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려는 운전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돈이 있어도 살 수 있는 기름은 한 사람당 10ℓ 뿐이었다.
 레바논의 모든 주요 교통로를 끊어놓은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2주일 넘게 석유제품을 공급받지 못한 주유소들의 재고가 거의 바닥 났기 때문이다. 이미 재고가 소진된 상당수 주유소들은 영업을 중단해 피난길에 나선 운전자들의 애를 태웠다.
 이스라엘 군의 공중폭격과 함포 공격으로 모든 간선 도로들이 망가진 상황에서 국민 대이동 현상도 나타났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하지 않겠다고 한 이틀 동안 안전한 곳을 찾으려는 피난민들로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는 크게 붐볐다. 산악도로는 폭이 좁은 데가 많아 양쪽의 차량이 교행하느라 곳곳에서 긴 정체꼬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거점을 분쇄한다며 공습과 포격을 퍼부었던 남부 지역의 주민들은 무작정 북쪽으로 향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주민들이 이미 피난을 떠나 거주 인구가 크게 줄었던 빈트 즈바일, 카나, 티레, 시돈 등은 인적이 끊긴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피난민들은 이스라엘의 한시적 공습중단 선언을 더 강력한 공격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로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트럭들도 나타났다.
 이스라엘 군은 헤즈볼라의 무기류 수송을 차단한다며 트럭을 집중 타격했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멈추자 전쟁취재를 위해 레바논으로 몰려든 기자들은 바빠졌다.
 이스라엘 군이 목표물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바람에 그동안 현장 취재가 사실상 봉쇄돼 있었던 레바논 남부 지역이 열렸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의 피해상황은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자라니 발전소가 위치한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시돈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심 쪽으로 들어서자 육중한 고가도로가 폭격을 받아 주저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건축을 하기 위해 일부러 무너뜨린 건물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깔려 있는 건물들도 많았다.
 자라니 발전소 인근의 널찍한 고가도로는 지난 13일 있었던 폭격으로 상판에 큰 구멍이 뚫리고 앙상한 철골조가 모습을 드러낸 흉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발전소 직원들은 이 고가도로를 타격한 미사일과 포탄이 터지면서 생긴 엄청난충격이 100m 가량 떨어진 발전소 건물까지 전달돼 정문 유리창이 박살났다고 말했다.
 추가 공습 가능성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시돈 인근의 지예 발전소 연료저장소는 지난 13일 공습 당시 발생한 화재가 아직까지 진압되지 않아 시커먼 연기를 토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피난길에 올라 인적이 드문 주변 마을은 먹구름 띠로 덮여 있었다.
 이스라엘 군과 헤즈볼라 전사들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던 빈트 즈바일 등접경 마을의 참상은 애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빈트 즈바일을 둘러본 한 외국 기자는 그곳에는 마을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