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백목련이 하도 좋아, 즉흥시를 읊조리고… 그림은 그릴줄 몰라, 대신 사진을 찍는다. 티 없닌 눈부신 차림새가, 이대로 열흘만 가면 좋겠네.
김시종 15년간 갈증을 달래준동네우울에 방분(放糞)하고, 뒤도 안돌아보고,야멸차게 떠나는 사람. 간절히 자네를 위해 비네.방분한 우물 다시 마시지 말길…
김시종 막말꾼이 북악 아래 살고 있다. 그의 이웃들도 하나같이 막말꾼뿐이다. 말이 씨앗이 되어, 팔자를 만든다는데, 막말꾼들은 입만 열면, 막말의 홍수다.
김시종 아들이 서른셋이 되도록,취직도 못하고,거시기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 제발 적선한번만 거뜰더 봐주이소. 서른셋이 `설은 셋’이 아니라,삼삼한 나이가 되게시리 말입네다.
김시종 억새같이 하얀 머리가,오늘도 역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새벽열차고 상경하시는 어머니,전송하러 왔던 역 앞. 어머님은 여섯해전에,종착역에 하차하셨다.
김시종 매화꽃이 피기도전에, 매화꽃이 지는구나. 봄날 하루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이 빼곡히 들어있다. 봄 눔은 눈이 없어, 강물에 뛰어 든다.
김시종 헛소리를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 방송중인 TV를 껐다. 절망한 실직청년이, 몸을 가누다 쓰러졌다. 양심을 방매한 야채들이, 정권을 훔치려고 혈안(血眼)이다.
김시종 저녁깃든 목련나무에낯선 새 한마리 앉아 있다. 생전에 목련꽃을,좋아하던 울어머니. 어머니 넋이 저 새가 되어목련나무에 낮으셨나? 아주 오래 우리집에 살게,둥지지어 드릴까.
김시종 봄비에 잠자던, 푸나무가 깨어난다. 돌도 봄비맞고, 긴 겨울잠에서 빠져나온다. 단잠을 자고 나선지, 돌은 얼굴이 더 밝고 모습도 더할 수 없이 단아하다.
행화촌 김상훈 살구꽃 피는 마을피는 꽃이 저리 곱다. 피는 꽃 그 너머로지는 꽃도 어여쁘다. 목숨도 오가는 날이저리 꽃길이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