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로잡는 `과장된 화려함’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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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로잡는 `과장된 화려함’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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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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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출간
 기름진 음식·커페인·멜로드라마 등
 정상을 벗어난 과장된 화려함 파헤쳐
 
 동물학자 틴버겐`초정상 자극’개념 빌려
 다양한 사례, 인간세계 그대로 적용시켜

 
 
 몸에 안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기름이 줄줄 흐르는 `칼로리 폭탄 버거’를 보면 군침이 넘어가고, 설탕을 잔뜩 뒤집어쓴 도넛에 손을 뻗게 된다. 야한 영화와 폭력적인 영화는 `건전한 영화’보다 더 자극적이다.
 디어드리 배릿 하버드대 진화심리학 교수가 쓴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이순 펴냄. 원제 `Supernormal Stimuli’)는 기름진 음식과 카페인, 포르노그라피, 멜로드라마, TV 등 인간을 사로잡는 `위험한 자극’들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노벨상을 수상한 동물학자 니코 틴버겐의 `초정상(超正常) 자극’ 개념을 빌려온다.
 진짜보다 더 `과장된’ 모형들이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령 새들이 뻐꾸기가 자신의 둥지에 몰래 낳은 알이 더 밝고 크다는 이유로 자신의 알보다 더 정성껏 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상을 벗어난 과장된 화려함임에도 더 끌리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틴버겐의 실험에서 거위는 자신의 알은 내팽개지고 알처럼 만든 배구공을 구출하려 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이를 인간세계에 그대로 적용시켜 인간의 성 본능과 양육 본능, 식욕, 폭력성 등을 자극하는 이런 `모형 알’들을 보여준다.
 포르노가 남성을 자극하는 초정상 성적 자극이라면 여성에게는 로맨스 소설이나 멜로드라마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로맨스 소설이나 멜로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평균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존재들이고, 대부분의 팬들은 이러한 주인공을 종이 위나, 화면 안에서만 만나지만 현실 속의 누군가를 좋아할 때보다 더 심한 열병을 앓곤 한다.
 `귀여움’의 과장된 진화도 초정상 자극의 예다.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큰 눈, 통통한 팔다리 등 동물들의 새끼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들은 부모에게 양육 본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귀여움을 한껏 발휘한 외모다.
 귀여움에 대한 편애는 날이 갈수록 강해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세월이 갈수록 더 어려지고, 초기에는 실제 곰과 비슷하게 생겼던 테디 베어도 아기와 같이 이마가 크고 주둥이가 짧은 모양으로 변해갔다.
 귀여움에 끌리는 것이 왜 `위험한 자극’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저자가 책 속에 제시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저자는 `카와이(귀여운)’에 집착하며 “지상에서 가장 귀여운 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이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컴퓨터 속에서 한밤중에도 때가 되면 `먹이’를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귀여운 포켓펫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 이치로 따지자면, 노인과 아기의 비율이 변할 때 얼마간의 자원을 아기들에게서 노인들에게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본능은 귀여운 어떤 것을 보살피라고 재촉할 때처럼 큰소리로 노인들을 보살피라고 명령하지 않는다.”(98쪽)
 건강하지 않은 음식, 과장된 공격성과 같은 자극들의 위험성은 더욱 직접적이다. 질병과 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환경을 스스로 설계해 자연이 우리를 설계하던 그때의 환경에 보다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고, 우리 주변에 불가피하게 남아 있는 초정상 자극들을 인식하고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초정상 자극에 그대로 휘둘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인간의 지능이 높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대부분의 위기들은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드는 것’에 그 열쇠가 있다. 우리는 `이런, 내가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석고 알을 품고 있잖아’라고 자각하고, 알 위에서 내려올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220쪽)
 김한영 옮김. 268쪽. 1만3800원.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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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려야 뗄 수 없는 담배와 권력 간 관계

강준만 `담배의 사회문화사’출간…담배와 흡연의 역사 살펴봐
 
 
 “현재 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해 어린아이들이 4, 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하며,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17세기 중반 제주도에 상륙한 네덜란드 상인 헨드릭 하멜이 14년 간의 조선 생활을 마치고 쓴 `하멜표류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당시에는 담배가 상처 치료나 충치 예방에까지 쓰이며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니, 갈수록 늘어나는 금연구역에 흡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요즘과 비교하면 담배의 위상도 말그대로 격세지감인 셈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쓴 `담배의 사회문화사’(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우리 역사속 담배와 흡연의 역사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강 교수가 커피와 축구, 어머니, 전화, 자동차, 룸살롱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써온 `한국 사회문화사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기도 하다.
 담배에 관한 여러 문헌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담배를 둘러싼 시대별 다양한 이슈와 흡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흥미롭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담배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도 그려내고 있다.
 하멜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 광해군 시절 처음 한반도에 들어온 담배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담배 열풍은 일제강점기와 건국을 거치면서도 사그라지지 않아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골초 국가’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19세기 말 영국의 주간지에는 영국 군인이 거문고 촌장에게 담배를 건넸더니 “촌장은 우선 한 개비를 얼른 집어 뒤로 감춘 뒤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마저 입에 물어버렸다”는 일화가 나오기도 한다.
 이후 정부에 담배 사업을 전담하는 전매청이 만들어지면서 “세금 걷는 재미”에 빠진 정부는 담배 소비를 늘려갔다. 동시에 양담배를 배격하는 움직임도 거세졌다.
 양담배 특별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국산 담배갑에 양담배를 넣어다니는 웃지 못할 풍경이 나오기도 했다.
 1986년 담배 시장 개방 뒤에도 양담배 피우는 일을 매국 행위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는 이어졌는데 양담배에 맞서기 위한 담배인삼공사의 국산 담배 장려책과 양담배 회사들의 무차별적인 판촉 활동은 쌍끌이로 국민의 흡연율을 끌어올렸다.
 199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담배의 해악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고 흡연권과 혐연권의 대립도 뜨거워졌다.
 국내외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졌고 담배의 해악을 고발하는 책들도 잇따라 출간됐다.
 한 국내 기업은 `골초’는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TV에서도 흡연 장면이 퇴출됐다.
 이 책과 함께 400년이 채 안되는 우리나라의 담배 역사를 살펴보면 담배와 정부권력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눈에 들어온다.
 정부가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담배 없는 세상’도 요원한것이다. 강 교수는 “사실 세계 각국의 금연 운동가들이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흡연자가아니라 자국 정부인 셈”이라며 “담배와 정부 권력의 유착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흡연의 면죄부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48쪽. 1만2000원.
 
 
 
                >>신간
 
 
 ▲상식의 배반 = 던컨 J. 와츠 지음. 정지인 옮김. 미국 사회학자가 사람들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상식의 허점을 보여준다.
 상식이나 통념이 사람들을 배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는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끼워맞추기 해석의 탓도 있다.
 가령 페이스북의 성공 요인을 말할 때 초기에는 대학생들만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당연스레 꼽혔지만 만인에게 개방된 후에는 `광범위한 호소력’이 성공 비결로 지목되는 식이다.
 또 어떤 상식은 지나치게 포장되거나 결과 위주로 해석돼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믿음을 의심해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은 새로운 믿음, 보다 정확한 믿음을 형성하는 첫걸음”이라며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이옳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각연구소. 399쪽. 1만5천원.
 
 ▲클릭 = 오리 브래프먼ㆍ톰 브래프먼 지음. 박세연 옮김. 각각 경영 컨설턴트와 심리학 교수인 형제 저자가 `신속하게 끌리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의 비밀’을 파헤쳤다.
 처음 만나 즉각적으로 끌리게 되는 `클릭’의 순간이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들은 “직원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의 관리자부터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여기서 말하는 ’클릭`이란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하는 하나의 소중한 재능”이라고 말했다.
 리더스북. 267쪽. 1만5천원.
 
 ▲병신 같지만 멋지게 = 저스틴 핼펀 지음. 호란 옮김. 맥심닷컴의 편집자인 저자의 인기 트위터를 바탕으로 펴낸 책.
 집도 없는 반 백수의 신세가 돼 아버지의 집으로 `기어들어온’ 저자가 욕쟁이 아버지의 거친 인생철학을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해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시트콤으로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웅진지식하우스. 288쪽. 1만3천원.
 
 ▲내가 왜 그랬을까 = 윌리엄 헬름라이히 지음. 남인복 옮김. 미국 사회학자가 사람들을 한순간에 나락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분석하고 이를 피하는 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실수를 바로잡는 첫 번째 단계는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다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고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는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는 실천지침도 제시된다.
 말글빛냄. 296쪽. 1만3천원.
 
 ▲이부진 스타일 = 김종원 지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모델로 한 자기계발서.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아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이부진의 삶에서 그녀의 장점을 꺼내 독자의 삶에 접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살림Biz. 29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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