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향기 속 삶의 깊이 더해져…
  • 경북도민일보
깊은 향기 속 삶의 깊이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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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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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다례의 길
 
 
 기초행다를 위해 찻잔, 등을 가지런하게 차려 놓은 다기 셋트.
 
 
 
 
 
 
 
 
 
 
 
 
 
일상 지혜 담은 먹거리 문화
찻잔 잡는 순간 禮 몸소 실천
천천히 굴리듯 마셔야 제 맛
 
 
 24절기 중의 하나로 청명과 입하 사이의 절기로 차의 계절로 불린다.
 곡우 전후에 녹차 잎을 채취해서 차를 만들어야 좋은 차다. 곡우 전에 채취한 어린 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부르며 품질이 좋아 값도 비싸다.
 요즘엔 녹차가 들어가면 모두 웰빙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도 녹차를 물 다음 좋은 음료수로 보도했다.
 녹차의 장점은 글로 다 하기엔 부족하다.
 이런 녹차 이야기를 쓰기 위해 왠만한 대학 교육과정보다 어렵다는 차 공부를 정식으로 마친 차 사범들을 지난 17일 저녁, 포항 장성동 L아파트에서 만났다.
 이들은 십수년 전부터 차를 배우고, 차 문화 보급과 선양에 앞장서온 `무아심회’ 차 사범들로 차에 관한 한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고수들이다.
 이들의 차 사랑 이야기를 듣고 손가는대로 적었다.
 차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우선 다기부터 장만하고 적당한 가격대의 녹차를 사서 차 한잔을 우려 내려 해도 어떤 다기로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할지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차정신, 다도, 다례, 다예 등의 단어가 붙으면 차는 막막하고 답답한 경지를 지나 어렵기만 느껴지고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는 차 맛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무아심회 사범들은 “차생활이라는 것도 실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일상생활의 지혜를 가다듬은 먹거리 문화의 하나로,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자세 속에서 차생활의 기본적인 정신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성립된다”고 했다.
 또 생활 밖에 있는 차가 아니고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베여 있는 것이 진정한 차문화이고 차생활이라고 했다.
 다도, 다례가 무엇이냐고 묻자, 사범들의 차에 대한 사견이 이어졌다.
 찻잔을 잡는 순간 예(禮)가 나온다는 김점수 포항차인회 부회장은 “차를 마실 때에는 마주 앉은 사람에게 목례 정도는 하고 마시는 습관이 붙게 되는 아주 좋은 우리 문화다”라며, 마시고 서나는 시자에게 칭찬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미화 사범은 다도(행다법)에 대해 “차를 마시는데 무슨 법과 도가 필요합니까. 차란 자유로움 속에서 해야 된다”고 주창했다.
 하지만 다른 사범들은 “차는 도와 같은 것이어서 그래도 차에 대한 기초공부를 제대로 하고 한 뒤에 어느 경지 이상이 되면 자기 나름대로 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서예학원 원장으로 차에 반해 사범이 된 이명순 여사는 “3년 과정의 차 공부를 마치고 다도를 생활화하면서 남편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며 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사범들은 차를 종합예술이라고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이제 차를 우려서 접대하는 기본행다에 대해 알아본다.
 손님 3~4 명이 왔을 때 번거러운 절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우려보자. (사범들의 요총에 따라 존칭어로 적음)
 사범들은 먼저 “차는 정성이다”라고 강조했다.
 1. 주인과 손님은 찻자리에 조용히 앉으며 예를 갖추어 인사를 나눈후 자리에 앉습니다. 주인이 `차 한잔 올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손님은 목례를 합니다.
 2. 주인은 찻상보를 걷어 오른쪽 정 위치에 놓고 퇴수기도 찻상보 앞 제자리에 놓습니다.
 3. 다관의 뚜껑을 열고 차수건을 오른손으로 잡아서 왼손으로 옮겨 잡습니다. 연결해서 오른손으로 탕관를 잡고 차 수건을 잡은 왼손은 탕관 뚜껑을 살짝 누르면서 물식힘 사발에 탕수를 붓습니다.
 (이때 물의 양은 잔의 수 만큼 데울 양이면 됩니다.)
 4. 물식힘 사발을 들어서 다관에 탕수를 따릅니다. 뚜껑을 닫고 차수건을 제자리에 놓습니다. 연결해서 오른손으로 다관을 잡고 잔 5개에 왼편 아래에서 위로 차례대로 따릅니다.
 (잔을 예열하는 이유는 차의 맛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예열하지 않고 차가운 잔에 바로 차를 따르면 찻잔의 찬 기운이 차의 더운 기운을 흡수해 버려 차의 맛이 달아나게 된다)
 5. 다관을 제자리에 놓고 다관뚜껑을 열고 차수건을 오른손으로 잡아서 왼손으로 옮겨 잡은 후 오른손으로 탕관을 잡습니다.
 탕관의 탕수를 물식힘사발에 따릅니다.
차수건은 제자리에 놓습니다.
 6. 이제 차를 넣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차는 새로울수록 좋습니다. 차를 개봉했을 때는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습니다).
두 손으로 차통을 가지고 내 앞까지 가지고 와서 차통 뚜껑을 열고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서 차숟가락 (차칙)을 가져옵니다. 차통 위에서 차 숟가락을 돌려서 다관 왼쪽 가까이 차통을 가져갑니다.
 7.차를 두 번에 걸쳐 다관에 넣은 후 내 앞으로 와서 차측을 밑으로 돌린 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서 차통 뚜껑을 가져와 닫은 후 차통을 두 손으로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표준차탕 우리기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차를 우려내는 기준이 없다. 한잔의 차를 기준으로 보면 차 2g이면 물 50cc, 세 번 우리면 150cc, 시간은 5~6분간 소요. 하지만 역시 차의 상태에 따라서 계속 우려 마셔도 상관은 없다.)
 8. 그 동안 물식힘 사발에 부어놓은 탕수가 식어 있습니다.  (차를 우리는 탕수는 너무 뜨거우면 상그러운 맛 대신 차맛이 탁해지고, 시간이 너무 짧으면 차맛이 제대로 우러나 오지 않아 맹탕이 되어 싱겁게 되며, 너무 오래두면 떫어진다. 우전을 우릴 때는 50도, 세작 6~70도, 중작 7~80도, 대작 90도가 적당하다)
적당하게 탕수에 따릅니다.
 9. 차가 우려지는 동안 찻잔을 예열한 물을 버립니다.
 오른손으로 차수건을 잡아서 왼손으로 옮겨 잡은 후 오른손으로 찻잔 하나씩을 내 앞으로 가져옵니다. 차수건으로 받친 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천천히 돌린 후 퇴수그릇에 물을 버립니다.
 남은 물기는 차수건으로 마무리를 하고 차수건은 제자리에 놓습니다.
 10. 다관을 오른손으로 잡아서 엄지를 다관뚜껑을 살며시 누르면서 왼손을 오른쪽 엄지를 살짝 가리면서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기 시작합니다.
 (차를 따를때는 차를 따르는 순간에도 계속 차가 우려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1/2씩 따른다. 반대로 돌아오면서 1/2을 더 따르면서 균일하게 차를 따른다. 조금씩 조금씩 따르는 방법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따르는 이의 상당한 수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한꺼번에 물식힘 사발에 따라서 나누어 주는 방법도 있다)
 11. 다음에는 오른손으로 차탁을 가져와서 왼손바닥에 올려놓은 후 찻잔을 차탁 위에 얹어서 공손하게 손님에게 권합니다.
 (물론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먼저 드린다. 구별하기 곤란할 때에는 오른쪽이 상석이다).
 주인이 손님 가까이 찻잔을 놓아드리면 손님은 찻탁을 잡고 자신의 앞으로 가만히 옮겨 놓으면 됩니다.
 12. 주인이 `차드십시요’라고 하면 손님은 `잘 마시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후 연장자가 잔을 들면 따라서 잔을 두 손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손하게 왼손바닥 위에 받치듯이 잔을 놓고 오른손으로 감싸면서 마십니다.
 (차를 마실 때는 모두에게 차가 돌아간 뒤까지 기다리는 것이 예의다.)
 (이때 감상해야 할 것은 색,향,미이다. 먼저 우려진 차의 탕색을 감상 하고, 가만히 들어올리면서 향을 맡고, 맛을 본다. 차를 마실 때, 단숨에 마시지 말고 세 번 나누어서 마신다. 향기와 맛 이 좋은 음식은 그냥 먹는다고 하지 않고 음미하면서 먹는다고 한다. 차도 입에 머금고 입 안에서 가만히 굴리듯 마시면 차맛과 입안에서 우러 난 단맛이 어우러져, 향기로운 기운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것을 느낄수 있다)
 초탕을 마신 후 다과를 권합니다. 주인은 재탕,삼탕까지 우려서 손님에게 권한 후 처음 시작할 때의 찻상과 같이 정리를 한 후 찻상보를 덮습니다. 그리고 `찻자리를 마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손님은 `잘 마셨습니다’라고 답례를 합니다.
 차 맛을 안다고 하는 것은 쓴 맛, 단 맛, 떫은 맛, 매운 맛, 신 맛을 가진 세상살이의 오미(五味)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차의 오미를 오감으로 마시는데, 어찌 몸과 마음이 바르게 되지 않겠는가?
 그 마음 자리에서 다례,다도의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차생활을 한다는 것은 차의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강동진기자 d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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