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문재인 대표로부터 ‘새정연 개혁’을 위한 혁신위원장 직을 제안 받고 상당 기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장고 끝에 지난 5월 24일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깊이 고민한 끝에 내려진 결론은 희망의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 그리고 새정연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당원들과 함께한다면 혁신은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정연이 새롭게 태어나야 국민과 당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제1야당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혁신위는 출범하면서 정체성 재확립, 리더십 정립, 조직의 건전성 회복, 투쟁성 회복 등 4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혁신위의 4대 원칙 가운데 ‘정체성 재확립’에서부터 장애에 부딪쳤다. ‘친노’를 정체성으로 확립하기 위한 ‘친노’의 쿠데타라며 비노, 반노 그룹의 거센 반발만 불러일으킨 것이다.
반노 그룹의 반발이 구체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신당론·분당론이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새정치연합 내 최소한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당내 신당파가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언제 이들이 움직일지 모른다”고 예고했다. 친노가 ‘당 정체성 재확립’을 내걸고 공천혁명을 밀어붙이면 당이 두 조각날 것이라는 공개 경고다. 비주류 호남 의원들은 ‘호남 물갈이론’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친노 인사들부터 ‘육참골단’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폭탄’이 터졌다. 친노 핵심인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이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친노-비노 갈등이 부글부글 끓는데 휘발유를 퍼붓는 대형사고를 친 꼴이다. 그는 “비노는 (새정연) 당원 자격이 없다”는 주장 끝에 “새누리당 세작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 하다가 들통난 것”이라고 비노를 비난했다. ‘세작’은 ‘간첩’이다. 막말도사 정청래 의원이 반노인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데 이은 친노의 ‘막장발언’ 제2탄이다.
결국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폭발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지금 우리 당의 모습은 갈라진 국민과 당원의 가슴에 다시 소금을 뿌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표 면전에서 ‘우리가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도 부족할 지금, 불신과 분열의 막말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김경협 사무부총장의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을 비롯해 비노계인 조경태 의원의 “혁신위원들은 문재인 대표 전위부대 같다”, 박지원 의원의 “현재 새정치연합 내 최소한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등의 막말을 열거한 뒤, ‘이런 말들이야말로 바로 반(反)혁신이며,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혁신위원회는 혁신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당이 살 길은 오직 혁신뿐이다. 지금부터 혁신과 반혁신과의 싸움이다. 혁신을 반대하는 그 어떤 사람이나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계파갈등을 유발하고 막말로 당을 분열시키는 소속의원에 대해서는 ‘공천탈락’같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경협·조경채·박지원 의원이 타깃이 된 셈이다. 특히 김경협 사무부총장에 대해서는 친노의 수장 문 대표가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질책함으로써 김 부총장이 공천 탈락의 첫 희생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계파갈등을 끝내고 당을 개혁하겠다는 새정연의 김상곤 혁신위는 계파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혁신위가 갈등의 요인이 된 측면도 없지 않다. 과연 새정연 혁신위가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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