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괴롭히는 유승민發 국회법 대혼란
  • 한동윤
朴대통령 괴롭히는 유승민發 국회법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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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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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국회법 재의결 정족수 맞춰주기로 했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 제정을 간섭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압도적 다수로 의결해 정부에 이송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회의 입법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수에 의해 통과됐어도 위원(違憲)요소를 담고 있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정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차기 정부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도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법안을 되돌려 보낸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국회는 3분의 2이상의 의결로 다시 법안을 의결해 대통령에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는 대통령의 재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고 법안은 그대로 공포돼 실행된다. 박 대통령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메르스 때문에 가뜩이나 골치 아픈 박 대통령에게 ‘국회법’이라는 골칫거리가 어떻게 던져졌을까?
 국회법을 둘러싼 복잡한 기류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전적으로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을 놓고 야당과 협상하면서 공무원연금과 무관한 국민연금을 건드려 거의 공적(公敵) 수준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재협상에 나섰고, 그 재협상에서 국민연금아닌 ‘국회법’이라는 ‘혹’을 달고 당에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부의 시행령 제정권에 국회가 개입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밀자 덥석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새누리 당내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진통으로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유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수십조원씩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공무원연금을 근원적으로 개혁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무원연금도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으면서 박 대통령과 정부를 난처하게 만든 ‘국회법’ 소란을 자초한 셈이다.
 청와대가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에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에게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시 의결 정족수를 맞춰주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시키기로 유 원내대표가 다짐했다는 것이다. 새정연 이종걸 원내대표의 폭로다.
 이 원내대표는 16일 국회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우리가 국회법 개정안 수정에 동의해 준 배경에는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정치적 신뢰가 바탕이 됐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본회의 과반 출석, 3분의 2 찬성이라는 재의결 정족수를 맞춰주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국회법 관련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는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혀 둔다”고 해명했다. 민 대변인은 “이 원내대표가 언론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국회가 정치적 밀약이나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데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 아닌 원내대변인이 나서, 그것도 서면브리핑으로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를 비판함으로써 뭔가 석연치 않은 여운이 남는다.
 그러자 박수현 새정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은) ‘재의결 상황이 오면 여당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유 원내대표에게 평소 그 정도의 정치적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려한 발표로 들린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법 합의를 박 대통령을 향한 ‘입법 쿠데타’로 부른다. 만약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를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시 뒤집으면 유승민 발(發) 2차 쿠데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이라는 원조 친박의 덫에서 진퇴양난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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