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마다 역사가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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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마다 역사가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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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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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했던 봄기운이 한 풀 꺾이며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이다. 전국의 산하를 온통
      화사하게 물들였던 봄꽃도 이젠 사그러들었다. 지금껏 산으로 들로 봄꽃 놀이가
      한창이었다면 봄과 여름의 접점 시기인 이때. 어디 가볼만한 곳은 없을까.
      포항 외곽의 사적(史蹟)을 권해 본다. 사적 386호인 영일 장기읍성은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아 국내 역사가들이 관심을 쏟는 곳이다. 우리 고장의 사적에서 옛 선인
      들의 발자취를 느껴보자. 장기면의 특색인 4, 9일 전통 5일장도 함께 둘러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포항 장기면에 가면…
 
   # 돌로 쌓은 성석 `장기읍성’
 
 포항시청에서 동남쪽으로 4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항시 장기면은 예로부터 문인들이 많이 배출돼 양반촌으로 이름나 있는 고장이다.
 포항시내에서는 구룡포 방면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 지방도 929호를 타고 오천읍으로 접어들어 해병대 남문을 지나서 20km를 더 달리다보면 장기면 소재지가 나온다.
 이곳 면 소재지 마을인 읍내리다.
 이 마을 서쪽을 감싸고 있는 해발 252m의 동악산은 왜구들이 장기에서 안동, 충주를 거쳐 한양으로 진격하는 길목이어서 예로부터 왜구를 살피기에 알맞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장기면사무소 뒷편 그리 높지 않은 동악산에 오르자,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성벽이 늘어서 있었다.
 이 곳이 바로 국가지정 사적 386호인 영일`장기읍성’이다.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축조됐고, 관련 역사서에 따르면 조선조 세종때에도 읍성을 쌓았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시 개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시대 동해안을 통해 서라벌을 침공하는 왜구를 방어, 격퇴하는 최전방의 군사기지이자 요새였다. 고려 및 조선시대에도 이같은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성곽둘레는 약 1.5km. 동문, 서문, 북문 등 3개의 문이 있으며 동문 입구에 조회루란 누각이 있었다.
 그리고 서문에서 동쪽으로 10여m 아래에 향사당이란 활터만 남아 있다.
 주요 관문인 동문 좌측에는 정확한 수령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고목이 반겨 주었다.
 이 곳 해돋이를 보는 곳이라고 했던 배일대(拜日臺)에 올라서자, 마을 전경과 함께 동해안 앞바다가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왔다.
 장기면 한수교 부면장은 “동문 좌측에 새겨진 조회루(朝會壘)로 의미를 짐작해 볼 때`해를 향해 절을 올린 곳’으로 추측된다”라며 “토속신앙적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부면장은 “배일대는 읍성의 운치와 함께 동해안 일출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새해 해맞이 장소로 차츰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읍성은 처음 축성 당시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석성으로 개축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성곽이 산성(山城)이나 장기읍성처럼 돌로 쌓은 석성은 흔치않다는게 한 부면장의 설명이다.
 성내 50m지점에 이르자, 지방문화재 제 327호인 장기향교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장기초등학교에 자리를 했으나 일제시대에 옮기게 된 것이다.
 길게 이어진 성벽을 사이에 두고 성 밖은 마을과 동해안 수평선이 시야에 들어왔으며 반대편인 성 안은 호젓한 평원에 들풀, 야생화가 모습을 드러내 가족 단위의 나들이에 제격일 것 같다.
 장기읍성은 일제 강점기 때 성내 모든 관아 등의 시설이 파괴됐고, 향교만이 지역주민들에 의해 개축 유지됐다.
 성벽은 허물어져 잡초만 무성한 채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가 포항시가 국비 30억원, 시비 10억원 등 총 40억원을 투자해 1998년 복원사업부터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04년까지 마무리한 뒤 사적공원으로 지정, 포항지역의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는 조선시대 노론의 영수 우암 송시열과 실학파의 태두 다산 정약용이 귀양살이를 한 곳으로 유명하며, 이들의 유배에 관한 유적비가 장기초등학교 교정에 위치해 있다.

 
   # 소박하고 정겨운 5일장
 
 장기면의 자랑 중 또 하나는 아직도 시골 장터에서 5일 장이 선다는 것이다.
 장터가 있는 임중2리 마을은 매월 4, 9일자로 5일 마다 장날이 열린다.
 지난 29일에도 아침 오전 7시부터 장이 서서 세 시간만인 10시쯤 파장됐다.
 바쁜 농번기 탓에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지만 현대화된 도회지의 시장에서 느낄 수 없는 소박함과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인과 소비자는 대부분 인근 지역 주민들로 서로 필요할 경우 물물교환이 이뤄지기도 한다.
 두릅, 달래, 취나물 등 제철을 맞은 봄나물과 엉겅퀴, 더덕, 당귀, 머위 등 이름모를 산약초가 장판에 즐비했다.
 인근 양초나 모포 해안가에서 정성껏 말린 미역과 직접 채취한 멍게, 넙치 등 해산물도 났다. 농번기를 맞아 낫, 호미 등 직접 만든 농기구를 비롯한 모종도 시골장터 분위기 연출에 한몫을 했다.
 비록 규모가 작고, 다양한 품목은 없지만 한가지 특징이라면 모든 것이 자연산이라는 것. 왠만한 농기구와 생활용품, 잡화 등도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다.
 “요새 자연산 두릅나물이 잘 없니더. 우린 여기 산이나 들에서 다 따다가 장에 들고 나오지예” 20년 세월을 잊지 않고 장을 봐온 서복례(75)할머니의 말이다.
 서 할머니는 깨, 콩 등의 농작물 수확과 산나물, 약초를 부지런히 캐어 장에 내다팔아 3남매를 공부시켰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장날처럼 장기 5일장도 이 곳 주민들의 `삶의 일부’다. 대부분이 농·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생산물을 5일장에 내다팔아 생계 수단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장기장은 조선 말엽부터 생성되어 1930년부터 70, 80년대 초반 가장 크게 번성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하지만 교통의 발달과 산업화 그리고`탈농촌’이 가속화되며 쇠퇴하기 시작, 지금은 지역민들만의 행사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왜소해 졌다.
 임중2리 부녀회장 장복녀씨는 “5일마다 장에 모여 서로 안부와 지역 소식을 주고받는다”며 “전통 장터에서는 품질좋은 지역 특산물이 많으니 시내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정엽기자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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