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칼날에 무너진 이해찬
  • 한동윤
김종인 칼날에 무너진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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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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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좌장’ 퇴출에도 의외로 조용한 친노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그 유명한’ 이해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정치판에서 볼 날이 없을 것 같다.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이 의원이 김종인 대표가 휘두르는 칼날에 단숨에 날아가고 만 것이다. ‘6선 의원’으로 ‘친노 좌장’인 그 역시 ‘친노 퇴출’이라는 수레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의원처럼 에피소드가 많은 정치인도 드물다. 그는 대학재학시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다. 그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끼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김 대통령이 그를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해 교육정책의 전권을 맡기자 그는 학교현장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가는 교육”을 밀어붙여 ‘이해찬 세대’를 탄생시켰다. 교육현장의 붕괴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가 ‘이해찬 세대’다.
 그의 별명이 ‘핏대’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손찌검을 한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던 1995년 자신의 형 소유 부동산 등기서류를 잘못 작성했다는 이유로 서울 송파구청 직원의 뺨을 때린 사실이 있다.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 부시장 형이 송파구 가락동 7억8000만원 상당 부동산을 구입했는데 구청 직원이 토지·건물 가액을 잘못 기재해 법원에서 등기가 반려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청 공무원 네 명이 부시장실로 불려왔다. 그는 “네가 뭔데, 얼마 받아먹으려고 그렇게 지시했어”라며 반말로 고함을 쳤고,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은 직원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손찌검했다는 것이다. 그 것도 여러 차례다. “1990년대 초 이해찬 의원과 관악 구청장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고, 이 의원이 구청장에게 물 컵을 집어 던졌다”는 증언도 있다.
 이 의원은 2003년 6월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민통련 간부였던 재야 시절 잘못된 기사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모 중앙지 취재기자 뺨을 때린 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질의에 “재야운동 당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고 언쟁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발탁하자 ‘유능한 재상’(宰相)으로 변신했다. 탁월한 장악력으로 내각을 좌지우지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 상당부분을 이 총리에게 위임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의 ‘핏대’는 여전했다.
 2003년 각계 원로들의 국보법폐지반대 시국선언이 발표되자 “국보법은 전형적인 악법이고 잘못된 법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김수환 추기경이 “(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느냐”고 우려하자 “추기경께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신 것 같은데 우리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마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것처럼 자꾸 이야기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4년 유럽순방 중에는 “조선과 동아는 역사의 반역자다”, “조선과 동아는 내 손아귀에 있다. 까불지 말라. 조선·동아는 용서할 수 없다”면서 “노 대통령이나 나나 거기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는 발언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그가 국회에 나와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는 날은 야당의원들과 싸우는 날이었다.
 이쯤되면 더민주당내 ‘친노’들이 “이해찬 살려내라”고 들고 일어날 법 하다. 그러나 조용하다. 친노 좌장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의원 탈락소식에 “그래요?”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대부분의 친노는 이 의원 탈락을 예상했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의원 본인은 “1988년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서 민정당 후보였던 김종인 대표가 평민당 후보였던 자기에게 5000여표 차로 패한 과거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할 뿐이다.
 ‘노무현 오른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11년 8월 “친노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며 “그런데 그걸 잘 몰라 결국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하려는 거다”라고 ‘노무현 유산’을 우려 먹는 친노들을 비난했다. 안 지사 지적처럼 ‘친노’의 유통기간은 끝나간다. 남았다면 ‘칭(稱)노’가 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을 앞세워 이용하는 정치현상이다. 그 ‘칭노’가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무관하게 ‘친노=과격=파괴세력’으로 스스로를 몰아간 게 아닌지 모를 일이다. 김종인 대표의 공천 가운데 가장 확실한 ‘친노 청산’이 이해찬 의원 공천 탈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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