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의 ‘낙선운동’ 어느 쪽이 더 셀까
  • 한동윤
좌우의 ‘낙선운동’ 어느 쪽이 더 셀까
  • 한동윤
  • 승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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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청년이여는미래, 바이트, 한국대학생포럼 등 10개 청년 단체가 참여한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청년을 배신한 국회의원, 청년이 심판하자!”며 20대 총선 낙선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노동개혁을 반대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협조하지 않았고, 자녀 취업청탁을 시도한 ‘갑질’ 의원들을 낙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 단체가 공개한 ‘부적격 후보’에는 노동개혁 반대 의원 6명과 자녀의 취업이나 로스쿨 자격시험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직위를 행사한 의원 3명, 그리고 인턴직원 ‘무급노동’을 요구한 의원 2명 등이다. 좌파 시민단체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낙선운동’이 청년들의 사회참여 수단으로 발전한 모양새다.
 낙천·낙선운동은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16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연대 등은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해 낙천·낙선운동을 시작했다. 그 주인공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낙천·낙선운동 리스트에 올린 대상자 86명 중 59명이 선거에서 떨어졌다. 놀라운 결과다.
 2004년 17대 총선은 ‘노무현 탄핵’ 직후 치러졌다. 총선시민연대는 낙선·낙천 대상자 206명을 선정했다. 부패비리, 반인권 항목에 ‘헌정파괴’를 추가했다. 탄핵 찬성 의원들을 낙선 대상으로 꼽은 것이다. 총선이 끝난 뒤 총선시민연대는 대상자 206명 가운데 129명이 탈락해 63% 낙선율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무시무시한 결과다.

 2008년 18대 총선부터 낙선운동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시민단체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주 타깃으로 정해 4대강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낙선시키려 했지만  선관위가 “4대강 사업 반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낙선운동’에 힘이 빠진 이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시민단체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다. 시민사회단체 간부들이 권력과 유착했고, 일부는 시민운동을 발판으로 정계에 뛰어드는 등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19대 총선에서 참여연대 등 1000여개 시민단체가 낙선 대상 55명을 찍었지만 그 중 15명만 낙선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20대 총선에서 큰 반전(反轉)을 맞았다. 청년단체가 “청년을 배신한 국회의원, 청년이 심판하자!”며 야당의원들을 선정,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청년들의 고통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주목된다.
 “청년을 배신한 국회의원, 청년이 심판하자!”는 청년 낙선운동과 함께 보수성향 300여 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사회 각계 원로들이 참여한 ‘4·13 총선 좋은 후보 선정을 위한 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지난달 21일 발족됐다. ‘100인 위원회’도 구성했다. 100인 위에는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과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인명진 목사, 영담 스님, 최돈희 한국과학교육단체 총연합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헌법의 5대 핵심가치에 반하는 의원들을 부적격자로 발표했다. 새누리당 4명, 더불어민주당 22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 등 29명이다.
 1000여 진보단체도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해 낙천·낙선운동에 나섰다. 총선넷은 노동개악과 세월호망언, 용산참사 책임,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따라 선정한 19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새누리당 17명, 더민주 2명이다. ‘낙선운동’은 현행법상 금지도 허용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낙선 대상자를 발표하는 행위는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로 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보도자료 형태로 다량 인쇄해 일반인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자메시지도 불가능하다. 낙선운동이 활개를 치는 것은 법의 맹점 때문이다.
 낙선운동은 그동안 톡톡히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처럼 낙선운동은 보수 세력의 역공(逆功) 수단이 됐다. 20대 총선에서 어느 쪽의 낙선운동이 더 위력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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