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사실상 ‘야권후보단일화 포기’
  • 한동윤
더민주, 사실상 ‘야권후보단일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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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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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향해 “야권연대를 방해하지 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국민의당 중앙당에서 방해해서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민뜻이 ‘야권 후보 단일화’라면 따라야지, 자기 개인 욕심을 위해 딴 짓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 대표를 비난했다.
 심지어 “오로지 내년 대선 후보가 돼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그런 생각으론 대선후보가 되기도 힘들다”고 안 대표를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안 대표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생각하면 자질의 문제”라고 몰아세웠다.
 김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야권후보 단일화 지지부진에 대한 화풀이를 퍼부은 다음날인 3일 정장선 더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야권단일화 문제는 어려워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탄식했다. 정 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권단일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일(4일) 투표용지가 인쇄되는데 오늘까지 진전이 거의 없다”며 “이제 이 문제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민의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포기한다는 선언이다. 그는 “이번 선거는 어쨌든 여당과의 선거니까 당력을 쏟아 부어 저희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본연의 선거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그동안 ‘후보단일화’에 매달려 ‘본연의 선거’에서 벗어났었다는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다.
 선관위는 어제(4일) 투표용지 인쇄를 끝냈다. 선거구별로 등록한 후보의 기호가 확정된 것이다. 이날 이후에는 후보가 단일화되거나 사퇴해도 이름과 기호가 남는다. 따라서 4일 이후 후보단일화가 이뤄져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가 애걸복걸했던 야권후보단일화는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것이 확실시된다.

 후보단일화 바람이 가장 드셀 것으로 예상된 수도권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단일화가 성사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부 지역에서 후보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더민주와 정의당이 인천에서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야권후보단일화’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됐다. 법원이 국민의당이 빠진 단일화를 ‘야권후보단일화’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더민주는 선거를 10일 앞둔 시점까지 오로지 ‘야권후보단일화’를 거의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밀어 붙이다 허공만 쳐다보게 됐다.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는 이번 총선을 ‘경제’로 결판 낼 작정이었다. 김 대표가 “경제가 문제다”라는 구호를 제시한 것도 그런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영입한 것도 그가 내세운 ‘경제민주화’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는 ‘후보단일화’에 올인하는 바람에 ‘경제’를 쟁점화하는 데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그 결과가 “110~120석으로 잡지만 그 정도도 쉽지 않다. 여당이 180~200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정장선 본부장)는 만각(晩覺)이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거대 여당 견제론’이다. “새누리당이 180~200석까지 갈 수 있다”는 엄살이 그 것이다. 또 “이길 수 있는 후보(더민주)에게 표를 몰아 달라”는 전략적 투표론이다. “국민의당을 찍어봐야 당선될 후보가 하나도 없으니 더민주를 찍어달라”는 것이다. 더민주 전략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다.
 더민주가 사실상 야권후보단일화를 포기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여전히 후보단일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서울 중-성동을 지원유세에서 “국민의당과 연대만 한다면 판세를 역전해 당선시킬 수 있는 곳이 20곳 정도”라며 “국민의당·정의당 어느 당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힘껏 도울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 집착이 대단하다.
 더민주가 야권후보단일화보다 ‘경제심판론’에 집중했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세계경제가 어렵다지만 국민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실망하고 있다.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지만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무능력 때문이다. 만약 더민주가 참패한다면 그건 아날로그식 ‘야권연대’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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