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년’ 일반 유가족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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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년’ 일반 유가족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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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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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다. 300명이 넘는 귀한 목숨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꿈같은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나섰다가 그 짧은 인생을 마친 것이다. 그 날 그 비극을 초래한 선박회사와 세월호 승무원, 그리고 해운당국, 해경의 무책임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치게 된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세월호 유족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울먹이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도했다. 희생자인 고 김기웅씨 어머니 김광숙(63)씨는 “사고 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 아들을 묻고 삽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 유족은 “사고 당시 해경이 잘했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해경들 멱살 잡고 때리고 난리를 쳤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들도 무슨 죄가 있었겠나 싶다”고 했다. 부모님과 형을 잃은 조요셉 군 삼촌 지성진 씨는 “지난 2년간 일부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여론이 나빠져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더 이상 국민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식을 바다에 잃은 부모가 자식을 따라 목숨을 버리기도 했고, 유가족들은 광화문으로 청계천으로,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가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청와대 앞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구 집회가 이어졌다. 지금도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세월호 유족과 대책위의 천막이 펄럭인다.
 ‘유민 아빠’는 광화문 단식투쟁으로 세월호 전사(戰士)로 등장했고,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세월호 천막에 들어가 동조 단식까지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야당의원과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렀다 집단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건 세월호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비극임이 틀림없다. 돈에 눈이 먼 청해진 선주와 그 가족, 청해진과 먹이사슬을 형성해 부실을 방조한 해운당국, 눈 앞에서 학생들이 울부짖는데도 구조를 소홀히 한 해경은 단죄(斷罪)의 대상이다. 수학여행의 즐거운 여행길에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의 유혼(幽魂)을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는 데 가슴이 미어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요셉 군 삼촌 지성진 씨가 “지난 2년간 일부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여론이 나빠져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 한다”며 “더 이상 국민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한 발언이다.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여론이 나빠져’ ‘세월호 유족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왜 세월호 유족들이 ‘국민의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했을까? 더민주당은 서울 은평갑 선거구에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를 공천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공천이다. 그 대신 5선인 이미경 의원이 탈락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박 후보 지지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묘한 발언을 했다. “지역구에서 ‘세월호를 내걸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도 ‘당선되려면 저게(세월호 변호사 약력) 빠졌어야 하는데’라고 염려할 정도”라는 발언까지 했다. ‘세월호’를 내걸어 봤자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뉘앙스다. ‘세월호 변호사’로 세월호를 상징하는 후보에게 ‘세월호 변호사’ 약력을 빼야한다는 극언이다. 그 순간 박 후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났지만 200m의 팽목항 방파제엔 지금도 추모 글과 함께 과자, 인형들이 쌓여 있다.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세월호, 그 가슴 저린 비극이 왜 2년도 안돼 유족 입에서 “지난 2년간 일부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여론이 나빠져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더 이상 국민의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고, 야당 국회의원 입에서  “지역구에서 ‘세월호를 내걸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나왔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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