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태양 아래’는 거대한 정신병동
  • 한동윤
김정은의 ‘태양 아래’는 거대한 정신병동
  • 한동윤
  • 승인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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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에 김정은은 130㎏의 거대한 몸집에 서구식 양복과 뿔테 안경을 걸친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등장했다. 3시간 동안 보고서를 낭독하는 동안 비대한 몸이 부담스러운 듯 몸은 점점 앞으로 기울었고, 목소리는 갈라졌다. 아프리카의 독재자 이디아민의 젊은 시절 모습을 연상케 했다.
 김정은이 ‘선핵’(先核)을 앞세우며 세계를 위협할 때 서울에서는 비탈리 만스키라는 러시아 영화감독이 제작한 ‘태양 아래’가 상영됐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세계 유일하게 남은 공산국가 북한에서 공산주의 작동원리를 보기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 그가 찍은 다큐멘터리가 ‘태양 아래’다.
 만스키 감독은 한 소녀의 삶을 통해 북한사회를 조명하려고 인물을 물색했고 북한 당국은 5 명의 아이를 후보로 제시했다. 만스키의 선택은 8살 소녀 진미다. 소녀의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조부모까지 함께 지내는 가족이 대상이다. 그러나 촬영 당일 만스키 감독은 현장에서 ‘멘붕’에 빠졌다. 인물은 그대로지만 조부모는 사라졌고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평양 최고급 아파트가 제공됐다. 진미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로 바뀌었다.
 현장에는 영화 제작을 감독할 현지 조연출과 검은 코트의 경호원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감독 대신 레디 액션을 외쳤다.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찍으려던 만스키 감독은 정상적인 영화 제작을 포기했다. 영화 촬영 도중 북한이 어떻게 체제 선전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가를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만스키 감독은 다큐에 개입하는 북한 당국의 모든 행동을 생략하지 않고 촬영했다. 북한 감독진이 연출하는대로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들의 장난질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아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진미 가족의 아침 식사는 아침 7시에 시작됐지만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북한 당국이 파견한 현장 조감독들이 밝고 명랑하게 장면을 연출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김치를 어느 정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의 반을 섭취할 수 있는지 진미 아버지가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진미 가족은 진이 빠졌다. 이걸 만스키 감독은 앵글에 담긴 시계가 7시35분을 가리키는데 뒤로 보이는 실제 시계는 4시40분을 경과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완벽하게 폭로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태양절 날 김부자 동상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감격스러워야할 진미 가족의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북한이 시키는대로 연기했을 뿐이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이 원한 김 부자 참배 장면을 찍은 뒤 현장에 설치한 카메라로 관리인들이 꽃다발을 수거하는 장면까지 찍었다. 북한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관리인들은 참배객들이 소중하게 갖다 바친 꽃다발들을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연출에 의한 일상이 끝난 뒷정리에 나타난 평양의 진짜 얼굴이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주민들은 현재 살고 있는 자신들의 삶 외에 다른 삶을 알지 못하고 이를 추구할 기회조차 없다. 자신들과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간의 가장 큰 가치는 자유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만스키 감독은 이 영화를 러시아에서 상영하려 했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 정부에 영화상영 금지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했고 러시아는 상영을 금지했다. 이 영화는 2015년 홍콩국제영화제 다큐멘타리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만스키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가 상연되자 시사회에 참석해 “행복마저 조작된 북한의 민낯을 보고 한국사람들이 동족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돼지처럼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몇 몇 돼지를 제외한 인민들은 ‘진미’ 가족처럼 독재자의 압제 속에 거짓된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태양 아래’가 상영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김정일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와인을 10병이나 마셨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남한 사회에 ‘친북’, ‘종북’이 존재한다면 그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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