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번 찍고 손가락 잘라버릴까 후회”
  • 한동윤
“2, 3번 찍고 손가락 잘라버릴까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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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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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13 총선에서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는 ‘2번’(더불어민주당), 정당투표에는 ‘3번’(국민의당)을 찍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지지를 보낸 보수 우파의 상당수가 그랬다. 유독 수도권에서 심했다. 그 결과가 새누리당 참패에 야당 승리이고 ‘여소야대’다.
 보수 우파들이 야당을 찍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에 분노했다. 박 대통령의 평소 ‘불통’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를 둘러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막가파식 행태와 ‘친박’의 박근혜 대통령 싸구려 세일즈,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언급과 ‘옥새파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보수’를 자임해온 유권자들이 이런 막장극에 “에이 X”하고 신경질 내며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이제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렇다면 ‘2번’ ‘3번’을 찍은 유권자들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 과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혼내줬으니 속이 시원할까? ‘여소야대’ 선거 결과에 만족하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지난 8일 새누리당을 혼낸 보수 유권자의 투표 후 심정을 읽을 수 있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새누리당에 화가 난 유권자들을 ‘합리적 보수우파’로 분류했다. 그 보수우파의 한 사람인 신희택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소개했다. “2, 3번 찍고 나서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권당이 워낙 잘못해 화내긴 했지만 더 나쁜 결과만 부른 것 같다는 반성이다. 보수우파에겐 ‘화낼 자유도 없는 것 같다’고 다들 씁쓸해한다.” 신 교수는 “‘뻘짓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새끼 하며 건사했어야 한다’며 뒤늦게 땅을 친 사람도 있더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은 분명 질책 대상이다. 공천을 책임진 당이 청와대에 휘둘린 것은 물론, 당 대표가 허황된 ‘상향식 공천’에 함몰돼 선거공약이고 뭐고 손을 놓고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벌인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당 대표가 “공천 살생부”를 입에 올리고, 선거 막판 당 대표 직인을 갖고 부산으로 ‘튄’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합리적 보수’라 해도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 교수는 왜 “2, 3번 찍고 나서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을까? “‘뻘짓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새끼 하며 건사했어야 한다’며 땅을 친 사람도 있더라”는 말을 왜 전했을까? 뻔하다. 대승을 거둔 ‘야당은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홧김에 새누리당을 혼냈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여소야대’에서 벌어질 야당의 ‘갑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당이 대승을 거두자마자 터져나온 것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의 ‘이명박근혜 실정 청문회’다. 일종의 정치보복으로 읽히는 주장이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박 대통령 조롱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선거에서 38석을 얻자 기고만장한 모습이다. 이어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총선에서 당선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을 동원해 “(정권 비밀을) 터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번’ ‘3번’을 찍은 ‘합리적 보수우파’들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찍은 건 아닌데…”라는 보수우파들의 후회가 바로 신희택 서울대 교수의 “2, 3번 찍고 나서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발언이다.
 신 교수는 9년 전 국내 최고의 로펌 김&장을 떠나 서울대 교수가 됐다. 수십억 원 연봉을 포기하고 모교 강단에 선 합리적 보수우파다. 그의 주변도 대부분 기득권층의 합리적 보수우파들로 짐작된다. 그들이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화가 나서 ‘2번’ ‘3번’ 찍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집권당이 워낙 잘못해 화내긴 했지만 더 나쁜 결과만 부른 것 같다”고 손가락을 잘라버릴까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참패는 자업자득으로 하자. 그러나 4월 총선 결과로 박 대통령의 ‘통일드라이브’가 탄력을 잃을까 걱정이다. 김정은이 핵을 휘두르는 데 당장 야당에선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소야대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남북문제에는 제발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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