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이 왜 문제인가
  • 한동윤
‘임을 위한 행진곡’ 이 왜 문제인가
  • 한동윤
  • 승인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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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으로 모처럼 조성된 ‘협치’(協治) 분위기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당이 이 노래를 5·18 기념식에서 ‘합창’아닌 ‘제창’으로 해야한다고 요구하자  박 대통령이 긍정 검토를 지시했으나 박승춘 보훈처장이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두 야당은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 보훈처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회동 정신을 살려 보훈처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건의한 새누리당까지 보훈처의 결정에 못마땅한 표정이다. 도대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노래이고 도대체 왜 ‘합창’이냐 ‘제창’이냐로 시끄러워야하는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상징하기 때문에 기념식에서 제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5월 광주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 노래는 1997년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그러다가 “좌파 운동권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를 대통령·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기념식에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애국 보수단체의 반발로 2009년부터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바뀌었다. 이 문제 때문에 유족들은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에 불참했다. 원래 이 노래는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숨진 윤상원 씨와 야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82년 4월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에서 차용해 가사를 쓰고 당시 전남대생 김종률씨가 작곡했다. 이후 학생·재야단체의 민주화운동 집회·시위현장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매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주먹을 위 아래로 흔들며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TV로 방영되기도 했다.

 이 노래가 본격적으로 문제된 것은 작사가 황석영씨가 89년 밀입북해 리춘구(북한)와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해 91년 제작한 북한 5·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뒤다. 노래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임’과 ‘새 날’이 김일성과 사회주의혁명을 의미하는 것이란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통진당은 애국가 대신 이 노래를 불렀고, 이석기의 RO 모임 때마다 역시 애국가 대신 이 노래를 불렀다. ‘임’은 김일성 부자를, ‘새날’은 내란에 성공하거나 북한과 통일 혁명을 완수한 세상을 각각 의미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 노래의 ‘제창’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훈처는 이 또한 “5대 국경일을 포함해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대다.
 이 노래가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거나 ‘제창’된다 해도 문제다. 5·18 유족과 야당은 환영하겠지만 광복회, 상이군경회, 무공수훈자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등 10여개 안보·보훈 단체들이 강력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애국 보수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는 행사 불참은 물론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보훈처로서는 이들의 입장을 무시할 처지도 아니다.
 그러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는 것은 차치하고 ‘제창’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새누리당까지 보훈처에 “재고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보훈처가 얼마나 버틸 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국가 기념곡 지정도 시간문제다. 결국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판단은 국민 몫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주체는 운동권이나 야당, 그리고 5·18 관련 단체들이다. 일반 국민들은 5·18 행사장에서 그 노래가 불리든 말든 관심이 없다. 북한과 연결됐다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우습고, 노래는 노래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루 속히 논란이 정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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