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지지부진 - 싹수 노란 20대 국회
  • 한동윤
원 구성 지지부진 - 싹수 노란 20대 국회
  • 한동윤
  • 승인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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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대 국회가 어제 개원했다. 그러나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어느 교섭단체가 운영위, 법사위같은 노른자위 상임위의 위원장을 갖느냐로 대립하면서 원 구성이 지지부진하다. 우리나라 국회의 고질병이 4년 만에 다시 도진 셈이다.
 20대 국회 원구성이 지연됨으로써 20대 국회도 역대 국회, 특히 19대 못지 않은 ‘막장’으로 달려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많아졌다. ‘막말’과 ‘갑질’ 국회의원을 걸러냈다고는 하지만 3류-저질 국회의원들의 면면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원 구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3당의 신경전이 20대 국회의 앞날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은 이런 국회를 4년 만에 뜨는 ‘떴다방 국회’라고 정의했다.
 20대 국회가 원 구성으로 대립한 가운데 KBS가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라는 다큐를 방영했다. 스웨덴 국회를 소개하면서 그곳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일상을 다룬 내용이다. 1부는 ‘행복을 만드는 마술사’, 2부는 ‘정치가 꽃보다 아름답다’였다. 전체 내용은 스웨덴 의원들이 ‘특권’ 대신 ‘책임과 봉사’를 일상화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국회에는 국회의원과 일반인이 드나드는 문이 따로 없다. 때문에 국회의원이라도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웅장한 의원전용 출입문을 따로 마련하고 일반인이 출입하면 경위가 소스라치게 놀라 제지하는 우리 국회와는 판이하다. 스웨덴 국회의원회관 앞에는 자전거가 즐비하다. 의원들 출퇴근용이다. 국회의원 주차공간은 없다. 스웨덴 의원에게는 관용차라는 것이 아예 없다. 의원 개인 차량 유류비 지원이나 차량유지비 지원이 있을 수 없다.
 지방 출신 의원들의 숙소는 국회가 스톡홀름에 마련해준다. 방은 비좁고 취사시설 등 간단한 편의시설만 구비되어 있다. 가족이 같이 와서 지내면 그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만 한다. 의원 개인 비서나 보좌관도 별도로 없다. 모든 우편물과 이메일을 의원이 스스로 개봉하고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보좌직원이나 비서 없이 혼자 일한다. 보좌관이 있지만, 1명의 정책보좌관이 4명의 국회의원을 보좌한다. 그렇다고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저조한가? 아니다. 스웨덴 의원들의 평균 발의 의안은 4년 임기 중 100여개로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정치인’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이 선거 때만 되면 앞다퉈 공약하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 공약의 상징인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스웨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쯤되면 스웨덴 국회의원과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비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되고만다. 눈 뜨고 입만 열면 싸우고 물어뜯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1년 비용이 2억원이 넘는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국회의원들은 ‘특별한 존재’이고 국회는 ‘특권의 전당’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금배지’를 다는 순간 200여 가지 각종 특혜와 특권이 주어진다. 출입문과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의원 전용’이 즐비하고, 45평 사무실은 넓고 쾌적하다. 보좌진만 9명이다. 보좌진에게만 연간 4억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보좌관  월급을 가로채 개인 경비로 쓰다가 보좌관의 고발로 망신당한 어느 의원 얘기는 우리나라 국회에서나 듣고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족을 보좌관으로 앉혀 월급만 받아가게 한 의원도 있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해외출장을 나가면 항공료(비즈니스석 이상)은 물론이고 출장지역에 따라 일비와 숙식비 등을 합하여 하루에 수십만 원을 별도로 받으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도 수 백 달러를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비즈니스석이 아닌 저렴한 좌석을 이용해야 사후 정산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의원의 하루 활동비는 6만원, 한국출장 5일 활동비가 모두 28만원이다. 한국에서 식사 접대를 받은 경우 그 비용에서 뺀다.
 20대 국회 원구성에 실패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놀고 먹는다’는 뜻이다. 근로사업장으로 말하면 ‘무노동 무임금’ 대상이다. 그러나 국회 어디서도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소리는 안 나온다. 오로지 특권을 누가, 어느 당이 많이, 먼저 차지하느냐는 다툼만 들려온다. 싹수가 노오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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